"고진영은 전성기의 타이거 우즈도 보여주지 못한 놀라운 순간과 기록을 내려써가고 있다. 우즈가 전성기 시절 우승을 놓치면 많은 팬들이 의아해했듯 지금 고진영 역시 매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로 플레이하고 있다."

2004년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자이자 여자골프 방송해설가로 활약 중인 카렌 스터플스(영국)가 31일(한국시간)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고진영(27)의 경기력에 대해 내놓은 평가다. 1일부터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올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고진영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 잇따라 여자 골프의 새 역사를 써온 고진영이 이번에도 새로운 기록을 세울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 미션힐스CC(파72·6763야드)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고진영은 총상금 1000만달러 돌파에 도전한다. 지금까지 고진영이 쌓은 통산상금은 942만달러로 이번 대회에서 75만 달러 이상의 상금을 받으면 1000만 달러를 돌파하게 된다. LPGA 투어 사상 22번째, 한국 선수 중에서는 박세리(45), 박인비(34), 유소연(32), 김세영(29), 최나연(35), 양희영(33)에 이어 일곱 번째가 된다.

최다 라운드 연속 언더파 기록도 새롭게 쓸지 관심거리다. 지난 주 열린 JTBC클래식프레젠티브바이바바솔에서 연속 라운드 60대 타수 기록은 깨졌지만 연속 라운드 언더파 신기록은 지키고 있다.



고진영의 가장 큰 무기는 정확성이다. 최근 9개 대회서 5차례 우승하고 올시즌 그린적중률 1위(80.56%)와 평균타수 1위(68.13타)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63홀 연속 100% 그린적중률 기록도 세웠다. 스터플스는 특히 "장타는 아니라도 평균 이상 비거리를 내고 볼이 휘어짐 없이 아주 똑바로 나간다. 목표를 맞추는 훈련이 잘 되어있다는 것"이라며 "2019년 고진영은 114홀을 보기 없이 마쳤는데 우즈는 110홀을 보기 없이 치렀다. 이번 대회에서도 고진영은 압도적인 우승 후보"라고 전망했다.

고진영 역시 이번 대회를 앞두고 "우승할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해까지 ANA 인스퍼레이션으로 불렸던 이 대회는 타이틀스폰서가 바뀌면서 올해부터 간판을 바꿔달았다. 우승자가 18번홀 옆 '포피의 연못'에 입수하는 전통도 올해가 마지막이다. 내년부터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장소를 옮기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우승자가 마지막 '호수의 여인'으로 남게 되는 셈이다. 고진영은 31일 대회 개막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2019년 우승 당시 다이빙은 처음이라 조금 무서웠지만 재미있었다. 다시 한번 호수에 뛰어들고 싶다"고 밝혔다.

우즈의 전성기를 능가한다는 극찬을 받는 그이지만 정작 자신은 아직 전성기가 아니라고 했다. 고진영은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아직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어제, 2일 전보다 더 잘하려고 한다. 더 잘하겠다.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며 "경기력은 좋다. 그래서 빨리 코스에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