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주가 폭락을 막기 위해 한 달가량 문을 닫았다가 재개장한 모스크바증시가 24일(현지시간) 상승 마감했다. 공매도 금지 등 러시아 정부가 쏟아부은 ‘규제 폭탄’의 효과란 분석이 나온다.

이날 러시아 증시를 대표하는 MOEX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37% 상승한 2578.51에 마감했다. 지수를 구성하는 50개 종목 중 33개의 거래만 허용된 가운데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3.4% 급등했다. 에너지 기업 로즈네프트와 루코일 주가도 각각 16.9%, 12.4% 올랐다. 항공사 아에로플로트 주가는 유럽연합(EU) 영공에서 비행이 금지되면서 16% 하락했다.

이날 러시아 증시가 상승한 것은 정부 규제의 결과물이라는 지적이 많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증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공매도를 금지했다. 러시아 증시에 진입했던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매도 역시 다음달 1일까지 막았다. 그동안 러시아 증시 주식 거래량의 절반 정도가 외국인에 의해 이뤄졌다. 가디언은 “러시아 국부펀드가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최대 1조루블(약 12조원)어치의 러시아 주식을 사들이기로 한 것도 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고 전했다.

달립 싱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러시아 증시는 명백한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며 “공매도와 외국인의 주식 매도 금지 등 각종 규제로 인한 인위적인 주가 부양은 지속가능한 모델이 아니고 세계 금융시장에서 러시아의 고립을 강조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25일 전날보다 3% 이상 뛰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제외된 러시아가 원유 및 가스 대금의 비트코인 결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파벨 자발니 러시아 에너지위원회 위원장은 “천연가스를 시작으로 원유 등의 대금을 비트코인으로 받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중국이나 터키와 같은 우호국은 루블화 위안화 리라화와 함께 비트코인으로도 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