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함영주號' 출범…함영주 회장 공식 선임
총 자산 규모 650조원의 국내 3위 금융그룹 하나금융이 함영주(사진) 회장 시대를 열었다. 하나금융그룹의 회장이 바뀌는 것은 2012년 이후 10년 만이다.

25일 하나금융은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함영주 전 부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공식 선임했다. 통합 KEB하나은행 초대 행장, 하나금융 부회장을 거치며 명실상부 그룹의 2인자로 자리매김해온 함 회장은 지난달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차기 회장 단독 후보에 올랐다.

수 년간 그의 발목을 잡아온 채용 부정 및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 관련 사법 리스크에도 하나금융 주주들은 이날 큰 이견 없이 함 회장을 그룹의 새 수장으로 선택했다. 그룹 안팎의 변곡점에서 조직의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에서다.

앞서 일부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가 함 회장 선임에 반대표 행사를 권고하기도 했지만 전체 지분의 3분의2(67.53%)를 보유한 외국인 주주들의 지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하나금융의 최대 주주(9.19%)인 국민연금도 찬성표를 던졌다. 함 회장의 임기는 3년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함 회장은 특유의 친화력과 성실함, 겸손함으로 조직 내 최고의 '덕장'으로 꼽힌다"며 "통합 하나은행장, 지주 부회장으로서 실적 경신과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를 이끄는 등 경영 성과 측면에서도 적격"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국인 주주들은 함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코로나19 사태를 포함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중간배당을 꾸준히 해온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중시하는 외국인 주주들의 성향도 한몫했을 것"이라고 했다.

'시골 촌놈'에서 3대 금융그룹 회장으로

'고졸 신화' '시골 촌놈' '영업의 달인.' 함 회장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들이다. 1956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함 후보는 논산 강경상고를 졸업한 뒤 고졸 행원으로 1980년 서울은행에 입행했다. 2002년 서울은행이 하나은행에 합병될 당시 서울은행 수지지점장이었던 그는 남다른 영업력으로 합병된 하나은행에서도 가계영업추진부장, 남부지역본부장, 충청사업본부장 등을 잇달아 맡으며 승승장구한 끝에 2015~2019년 하나·외환은행이 통합한 KEB하나은행장까지 올랐다.

독보적인 영업력과 대비되는 '시골 동네 형' 같은 푸근함과 적을 만들지 않는 리더십이 그의 강점이다. 함 회장이 하나은행 충청영업그룹 부행장 시절 직원 1000여명의 이름과 생일, 신상을 거의 다 기억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내내 은행 영업 현장에만 몸담아 전략·기획 업무를 맡아본 적이 없다는 게 약점으로 꼽히기도 했지만, 2016년부터 그룹 부회장을 겸직하며 경영지원부문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부문을 이끌며 이런 이력의 단점도 극복했다.

디지털 경쟁력, 수익 다각화 시험대

함 회장 체제의 하나금융은 금융의 경계가 무너지는 환경에서 다른 금융사는 물론 빅테크(대형 IT기업)와의 생존 경쟁에서 앞서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 오프라인 채널의 경쟁력을 더 강화하는 한편 그룹의 체질 개선을 위한 디지털 전환을 내실 있게 추진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은행에 치우친 그룹의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것도 핵심 숙제다. 하나금융의 비은행 이익 비중은 지난해 기준 35.7%다. 함 회장이 처음 지주 부회장을 맡았던 2016년(26.1%)에 비하면 크게 높아졌지만 이미 40% 선을 넘어선 KB·신한금융에 비하면 뒤처져 있다. 하나금융은 경쟁사보다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부문 확대에도 더 힘쓰겠다는 계획이다.

10년간 하나금융을 이끌어온 김정태 전 회장은 이날로 퇴임한다. 하나금융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그에게 50억원의 특별공로금을 지급하는 안건도 가결했다. 김 전회장은 앞으로 2년간 회사의 고문을 맡으며 경영 자문에 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