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노조의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에 대한 본안 소송 절차가 시작됐다. 과반수 노동조합인 평사원협의회노조와 제2 노조인 삼성화재노조 중 어느 쪽이 교섭권을 차지하게 될지 금융계의 관심이 쏠린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노조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과 관련한 본안 소송 진행을 위한 신문기일을 열고 원고와 피고 양측의 입장을 들었다. 재판부는 오는 30일까지 평사원협의회노조와 삼성화재노조로부터 추가 서류자료를 받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상반기에 결론이 날 수 있다는 관측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평사원협의회노조는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삼성화재노조가 낸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단체교섭권을 상실했다.

이 소송은 평사원협의회노조가 제1 노조로 교섭권을 갖게 된 것을 삼성화재노조가 인정하지 않으면서 비롯됐다. 평사원협의회노조는 1987년부터 삼성화재 사우회로 운영돼 오던 ‘평사원협의회’를 바탕으로 설립됐다.

삼성그룹의 무노조 원칙에 따라 노조 지위는 얻지 못했지만, 삼성화재와 단체협약과 비슷한 ‘근로조건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는 등 오랫동안 노조와 다름없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3월 서울지방노동청으로부터 설립신고증을 받아 정식 노조가 됐다. 그 후 빠르게 조합원을 늘리며 현재 3000여 명이 소속된 과반수 노조가 됐다.

제1 노조가 바뀌자 삼성화재노조는 “평사원협의회노조는 어용 노조”라고 주장하며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평사원협의회노조가 평사원협의회 때부터 삼성화재로부터 운영비를 받아온 것을 문제 삼았다. 삼성화재노조는 평사원협의회노조가 노조 설립이나 규약 개정 과정에서 제대로 된 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평사원협의회노조 측은 “설립과 규약 변경 당시 온라인 임시총회를 열어 적법하게 결의했다”고 맞서고 있다.

법원은 1심에선 삼성화재노조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평사원협의회노조는 회사를 위해 노조 대신 구성됐으며 ‘진성 노조’ 설립을 저지하기 위한 조직”이라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회사 안팎에선 “가처분 인용으로 3000명이 넘는 직원의 선택이 무의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본안 소송 결론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삼성화재는 해당 소송의 결론이 나온 후 지금까지 미뤄둔 직원 임금협상을 재개할 방침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