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부실관리에 아들 특혜 논란까지…선관위 사면초가 위기
후임 사무총장 임명 여부 주목…野, 노정희 선관위원장 사퇴 촉구
선관위원 2명 공석에 사무총장도 사퇴…지선 앞두고 총체적 난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세환 사무총장이 16일 대선 사전투표 부실관리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중앙선관위가 총체적 난국에 처한 모습이다.

정부 말기 선관위원 9명 중 2명이 공석인 상황에서 선거관리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도 옷을 벗게 되면서 70여일 남은 6·1 지방선거 준비에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이날 낮 중앙선관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사전투표 부실관리 사태와 관련해 그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드린다"면서 사의를 밝혔다.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이 선거관리 문제로 사퇴한 것은 사실상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선관위는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이 예고됐음에도 미흡한 예측과 안일한 인식, 주먹구구식 대처로 지난 5일 확진·격리자 사전투표가 '소쿠리 투표'란 오명을 받게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전부터 선관위가 현 여권에 편향적이라고 주장해온 국민의힘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의 사퇴도 요구해왔다.

대선이 끝난 이후에도 정치권의 책임론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김 사무총장은 지역선관위로 이직한 아들의 채용·승진 특혜 논란까지 전날 제기되자 결국 임기를 7개월 남기고 사의를 표했다.

시도 선관위를 책임지는 상임위원들이 직·간접적으로 사임 필요성을 개진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선관위 관계자는 전했다.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선거 '심판' 역할을 하는 선관위원 정원도 채우지 못한 채 대선을 치른데 이어 사무총장까지 사전투표 부실관리 사태로 사퇴하면서 사면초가에 놓인 상황이다.

중앙선관위원은 대통령 임명 3명, 국회 선출 3명, 대법원장 지명 3명까지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전체 회의를 열어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

선관위원은 현재 '7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국민의힘으로부터 친여 성향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조해주 전 선관위 상임위원이 지난 1월 임기 문제로 논란을 빚다 사퇴한 뒤 청와대가 후임을 발표하지 않아 공석이다.

국민의힘 추천 몫인 문상부 선관위원 후보자도 곧이어 후보자직에서 사퇴했다.

어느 때보다 선관위를 불신하는 여론이 높아진 가운데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엄정하고 중립적인 선거 관리가 이뤄질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 사무총장의 사직서는 오는 17일 노 위원장이 주재하는 선관위원 전체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전국 단위로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임박한 만큼, 해당 회의에서 사무처를 이끌 후임 사무총장이 바로 임명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총장은 선관위원 의결을 거쳐 위원장이 임명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내일 회의의 공식 의제는 김세환 사무총장의 면직 처리 건"이라면서 "신임 사무총장 의결이 진행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당장 국민의힘은 김 사무총장 사퇴를 노 위원장 유임을 위한 '꼬리 자르기'로 규정하면서 노 위원장이 새 사무총장을 임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노 위원장이 새 사무총장을 임명하면 이 또한 임기 말 '알박기 인사'라는 것이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아들의 이직과 승진과정에서 불거진 특혜 의혹을 받는 사람을 순순히 사퇴시키는 건 면죄부를 주기 위한 꼼수이자 부실 선거의 원흉 노 위원장을 살리기 위한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아들에 대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건 명백한 불법행위이자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관계 당국은 즉각 수사에 착수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 이전에는 사표를 수리하면 안 된다"라고도 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무능과 편향으로 일관했던 노정희 선관위원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선관위원장의 명(命)에 움직이는 사무총장이 그만둔다 한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라며 노 위원장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김 사무총장의 사퇴 소식에 "사퇴는 당연하다"면서 중앙선관위가 이를 쇄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선관위의 미흡한 사전투표 관리는 국민의 뜨거운 사전투표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면서 "그런데도 오히려 반성 없는 태도로 국민을 크게 실망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앙선관위는 선거 공정성을 담보하여 국민의 신뢰 받는 선거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기관"이라면서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보여줬던 미흡한 선거관리는 중앙선관위의 신뢰를 실추시키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점에서 김 사무총장의 사퇴는 당연하다"면서 "중앙선관위는 주권자의 신성한 참정권 행사에 다시는 논란이 제기되질 않도록 면밀한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했다.

선관위 직원들은 대선이 끝나자마자 지방선거 준비에 돌입했지만 악화한 여론과 김 사무총장의 사퇴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노 위원장 등 수뇌부를 향한 각계각층의 고발이 이어지는 것도 부담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