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미래 먹거리로 가상자산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상자산 사업 진출을 통해 중장기적인 실적 개선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상승을 기대할 만하다는 관측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KRX증권지수는 8.54%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1.96%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선방했다.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편 것이 주가 방어로 이어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올해 증권사들의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금리 상승에 따라 위탁매매(브로커리지)와 트레이딩 부문의 실적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 들어 지난 14일까지 유가증권시장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11조2748억원으로 작년 하루평균 대비 27% 감소했다. 거래대금이 줄면 증권사의 주요 수입원인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도 감소한다. 트레이딩 부문에서도 채권 가격 급락과 주가연계증권(ELS)의 조기 상환 감소로 손실이 확대될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증권사가 신규 사업으로 가상자산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상자산 사업은 증권사의 기존 사업 모델과 연속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성장성이 매우 크다”며 “증권사의 신규 수익원으로 자리 잡으면 구조적 성장과 밸류에이션 레벨업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가상자산 사업이 본격화할 경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최대 4.4%포인트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6개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키움)의 가상자산 관련 수수료 수익은 2024년 545억원에서 2030년 4641억원, 2040년 9332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전통 금융사가 가상자산사업자 허가를 받을 때 제도상 어려움이 있다. NH투자증권은 증권사들이 합작법인 설립, 지분 투자 등 간접적인 형태로 수탁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상자산을 보관하고 관리해주는 수탁업을 시작으로 가상자산 발행·매매·유동화 등 사업 영역을 넓힐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가상자산 수탁사업을 전담할 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디지털 자산시장 육성을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가상자산이 제도권 내에 편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