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를 쥐었다고 평가받은 자영업자·소상공인과 2030 세대를 만나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을 들어봤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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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친한테 이쪽(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말하면 괜히 눈치가 보였어요."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국민의힘이 특히 공을 들인 연령대가 바로 2030 세대다. 다만 윤석열 당선인이 과연 이들로부터 유의미한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는지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의견이 분분하다.

'세대포위론'을 앞세워 2030 표심을 노린 국민의힘의 선거 전략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지난 9일 대선 당일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전통적 지지층인 60대 이상에서만 큰 격차를 내는 데 성공했다. 여론조사 내내 우위를 보였던 20대에선 오히려 뒤졌고, 30대에서는 신승(辛勝)했다.

게다가 남녀 표심이 절반으로 완전히 갈라지는 상황이 나오자 젠더 갈등이 이번 선거를 계기로 더욱더 격화된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윤 당선인의 당선이 확정된 10일 만나본 2030 세대는 젠더 갈등 문제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이들은 지속되고 있는 갈등으로 인해 피로가 누적됐다고 털어놨다.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에게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밝힌 박모 씨(28세·남)는 "얼마 전 술자리에서 이쪽(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했다가 여사친들 분위기가 싸해지는 걸 느낀 적이 있다. 유튜브에서 처음 이준석이 토론하는 거 보고 그때부터 좋아하기 시작했는데, 뭔가 제 주변 또래 여자들은 국민의힘을 별로 좋아하지 않더라"고 말했다.

박 씨는 "아무래도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때문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런 걸 (윤 당선인이) 정확한 설명을 통해 해소시켜줬으면 좋겠다"며 "정치 성향이 젠더 문제와 직결되는 지금 상황이 저는 솔직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치와 언론이 젠더 갈등을 부추겼다고 바리본 직장인도 있었다. 서울 신촌에 거주하고 있다는 이 모(33세·여) 씨는 "20대 남자는 '이대남', 20대 여자는 '이대녀'처럼 세대를 나눈 뒤 또 그걸 다시 남녀로 한번 더 나눠 구분하는 것 자체부터가 갈라치기라고 생각한다"며 "결국 자기들한테 우호적인 집단을 본인들 스스로 설정하고 나머지 집단은 내팽개쳐버리는 것 아닌가. 이런 행태는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녀가 서로 혐오하지 않는 통합이 이번 정부에서는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윤 당선인은 대국민 인사 기자회견에서 출구조사 결과 이대녀 표심이 저조했던 것을 두고 선거운동 기간 중 '젠더 갈라치기'가 영향을 끼친 게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저는 어제 투표 결과를 보고 다 잊어버렸다. 저는 젠더 성별로 갈라치기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다만 남녀 양성의 문제라고 하는 것을 집합적인 평등이니 대등이니 하는 문제보다는 지금 어느 정도 법과 제도가 어느 정도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개별적인 불공정 사안들에 대해서 국가가 관심을 가지고 강력하게 보호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쭉 가져왔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