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200달러? 치솟는 유가, 돌처럼 떨어지는 금리…뉴욕증시 어디로
3월 1일(미 동부시간)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소폭 내림세(-0.2~-0.4%)로 출발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하락 폭을 키웠습니다. 다우 지수는 결국 1.75%, S&P500 지수는 1.55%, 나스닥은 1.59%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200달러? 치솟는 유가, 돌처럼 떨어지는 금리…뉴욕증시 어디로
러시아의 푸틴은 단기 승전 가능성이 사라지자 대공세에 나서고 있습니다. 민간인 살상도 신경 쓰지 않겠다는 자세입니다. 위성 사진을 통해 64km에 달하는 러시아군의 대규모 이동이 목격되고, 제 2 도시인 키르키프 시내 한복판에 미사일이 떨어지자 전쟁 공포는 극단적으로 높아졌습니다.

월가에서는 푸틴의 이런 무차별 공세는 결국 나토 지역으로 확전을 부르고, 서방의 에너지에 대한 제재를 부를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에버코어ISI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여전히 더 어두운 날들, 긴장 고조 사이클과 석유 및 가스 공급에 대한 위험'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러시아군이 도시에서 대형 중화기의 무차별적 사용으로 방향을 틀면서 위기는 더 어두운 국면으로 들어섰다. 이는 석유 및 천연가스 교역을 포함한 더 심각한 지정학적 및 경제적 위험 고조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에버코어ISI는 "우리는 우크라이나 국경 너머 폴란드 등 나토 국가로 분쟁 위험이 증가하는 걸 계속해서 보고 있다. 폴란드 등은 우크라이나로 가는 무기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고, 전투기 기지로 쓰일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 군함의 흑해 진입을 막으려는 나토 회원국 터키와 발트해 연안 국가 등으로도 분쟁이 번질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에버코어ISI는 "현재의 매우 공격적 경제 제재가 궁극적으로 더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서방이 러시아와 석유 및 천연가스 교역을 계속 유지하는 게 정치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궁극적으로 확인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에너지 구매를 통해 푸틴의 전쟁 기계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중단하라는 정치적 압력이 모멘텀을 갖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제재에서 에너지만 빼놓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이제 50% 확률에 가까워지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대는 유럽을 상대로 천연가스 공급을 무기화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BCA리서치도 "이제 단기에 전쟁을 끝내려는 러시아 측의 계획이 무산되면서 더 잔인한 공세가 펼쳐질 수 있다. 이는 더 많은 제재를 촉발하여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 더 큰 격차를 초래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세계 주식 시장은 협상 좌초 소식에 가까운 시일 내에 또 한 번 하락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오는 2일 2차 협상을 열기로 했지만, 러시아는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에버코어ISI는 "푸틴이 승리하지 못할 여유가 없으며 앞으로 몇 주 안에 우크라이나를 지배하려는 목표를 달성하기에 충분한 살상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라며 "우리는 푸틴에게 절반의 승리를 가져다줄 수 있고 우크라이나의 젤린스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유럽 정치 지도자들에게도 그럴듯할 수 있는 그런 잠재적 합의점을 발견할 수 없다. 푸틴의 과거 러시아의 영광을 재건하려는 열망, 그리고 서방측의 명확한 전략 부재는 협상을 어렵게 만든다. 성과를 낼 가능성은 아직은 낮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도이치뱅크는 "푸틴의 주요 목표는 키예프에서 현 정부를 몰아내고 친크렘린 정부를 세우는 것"이라며 "이미 제재 등 상당한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에 크렘린은 당분간 공격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의 행동과 언어는 앞으로 며칠, 몇 주 동안 더욱 공격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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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불길한 예상은 국제 유가를 치솟게 하고, 서방 각국의 금리를 돌덩이처럼 가라앉게 했습니다. 브렌트유는 한때 10% 치솟아 107.57달러까지 올랐고, 서부텍사스원유는 106.78달러를 기록했습니다. 2014년 이래 최고 기록입니다. 결국, 각각 6~7% 오른 배럴당 104달러, 102달러 수준에 마감했습니다. 이날 국제에너지기구를 중심으로 6000만 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한다는 각 국간 합의가 이뤄졌는데요. 이미 나온 뉴스인 데다, 6000만 배럴은 러시아 12일 수출분에 불과해 유가 하락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서방은 아직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에 대해 제재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벌써 러시아 원유나 천연가스를 사들여온 정유사들이 구매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 석유 기업들은 우랄유(러시아 원유 벤치마크) 구매자를 찾지 못하자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약 15달러 낮은 기록적 할인가에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구매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러시아 일부 은행에 대한 제재로 인해 구매대금 결제가 어려워지자 구매자뿐 아니라 중간에서 결제를 도와온 크레딧스위스 ING 등 은행들도 중개를 꺼리고 있다는 겁니다. 러시아 원유를 사기로 했다가 만약 제재가 내려진다면, 운송이나 정제유 판매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WSJ은 이런 거래 경색은 세계적으로 에너지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글로벌X의 로한 레디 애널리스트는 "제재가 러시아 에너지 부문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격이 지난 며칠간 치솟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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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오브아메리카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엄격한 제재가 취해진다면 유가를 두 배로 올릴 수 있으며,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1~2%포인트 떨어뜨릴 수 있다. 이것은 예측이 아닌 시나리오임을 강조하고 싶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모건스탠리는 2분기 브렌트유가 평균 110달러, 최대 125달러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전 예측치 100달러에서 높인 것입니다. 모건스탠리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유가에 위험 프리미엄이 발생했으며, 이는 앞으로 몇 달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수급이 빡빡해 작은 혼란이라도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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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뿐이 아닙니다. 알루미늄, 니켈, 밀 등 러시아 수출이 많은 원자재 가격은 모두 폭등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원자재 현물지수는 2009년 이후 최고로 치솟은 상태입니다.

이처럼 유가 등 원자재 급등이 경제 성장에 대한 위험으로 부각되자 국채 금리는 폭락한 것이죠. UBS에 따르면 유가가 2개 분기 동안 배럴당 125달러 이상을 유지할 경우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약 0.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뉴욕생명의 윤제성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올라 유지가 된다면 의미 있는 글로벌 경기 둔화를 걱정해야 할 것"이라며 "이는 주식 등 위험자산에는 부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에 가기는 어렵다. 만약 150달러가 되면 경기 침체가 오고 수요 둔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파이퍼 샌들러는 "1970년대 이후의 모든 경기 침체를 관찰하면 한 가지 분명한 점을 알 수 있다. 침체는 일반적으로 중앙은행 긴축, 유가 급등 등 두 가지가 선행한다는 것"이라면서 "경기 침체 확률은 이제 푸틴과 파월의 손에 달려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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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둔화 우려에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68%까지 떨어져 지난 1월 4일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국채 금리 폭등에 달러 가격(ICE 달러인덱스 기준)도 21개월 최고 수준인 97.3까지 급등했습니다. 또 독일 국채 10년물은 다시 마이너스로 떨어졌습니다. 미국의 시카고선물거래소(CME)의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는 2022년 예상 기준금리 인상 폭이 138bp로 전날보다 21.5bp나 떨어졌습니다. 올해 당초 예상보다 한 번 이상 금리 인상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베팅한 것입니다. 또 기존에 0%였던 3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5~10% 사이로 되살아났습니다. 유럽에서도 애초 유럽중앙은행(ECB)이 올해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내년으로 미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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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금리 하락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극심해진 탓도 큽니다. 이는 경기 둔화 우려뿐 아니라 에버코어가 지적한 나토와의 확전에 대한 걱정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날 오전 11시께 주요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 나토가 오는 4일 금요일에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각국 외무부 장관 긴급회의를 연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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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젤린스키 대통령은 이날 유럽연합(EU) 의회에서 긴급 비디오 연설을 하고 "유럽이 우리와 함께한다는 것을 증명하라"라고 요구했습니다. EU 의회는 즉각 우크라이나에 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부여하도록 추천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지요. 또 터키의 레제프 타입 에르도안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면서 "이 분쟁에 나토가 개입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터키는 나토 회원국이면서, 러시아의 오랜 앙숙이죠. 에르도안은 전날 러시아를 겨냥해 "교전국 군함이 흑해로 들어가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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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는 우울한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투자자 심리는 바닥을 헤매고 있습니다. 미국 개인투자자협회(AAII)에 따르면 지난주 조사에서 향후 6개월간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 비율은 2016년 5월 이후 최고인 50%를 넘었습니다. 2016년 5월은 유럽에서는 브렉시트로,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대선 주자 확정으로 시끄러웠던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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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이렇게 투자자 심리가 나쁠 때 주식을 조금씩 매집하라고 주장합니다. AAII의 투자자 설문에서 약세장 전망이 50%를 초과할 경우 S&P500 지수는 이후 6개월 동안 평균적으로 9.1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슈뢰더에 따르면 변동성지수(VIX)가 33.5를 넘을 때 주식을 사면 향후 12개월 수익률은 25%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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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VIX는 한때 35.19에 달했고, 결국 전날보다 10.51% 급등한 33.32에 마감됐습니다. 블랙록은 이번 주 선진시장 주식에 대해 전술적 비중 확대 의견을 밝혔습니다. 러시아의 침공은 비극적이지만 이제 투자자들이 무엇을 다뤄야 할지 알게 됐다는 겁니다. 또 이로 인해 중앙은행들이 공격적으로 긴축할 위험이 감소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윤제성 CIO는 "더 나은 진입 시점이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아주 조금씩 위험을 추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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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중요한 날입니다. 오전 10시(미 동부시간, 한국시각 3일 자정)이면 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의회 증언에 나섭니다. UBS는 "우크라이나 위기는 해결되어 결국 시장 위험에서 사라지겠지만 Fed는 여전히 올해 내내 가장 큰 위험 역할을 할 것"이라며 "현재의 지정학적 위기가 Fed의 긴축 경로를 바꾸었다고 믿지 않는다. 3월 50bp(1bp=0.01%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줄었지만, 올해 몇 차례의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은 2~3일 의회 증언에 나선다"라며 "우리는 지정학적 사건이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그의 발언에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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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앞서 OPEC+의 월간 정례회의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회의에서는 4월 원유 생산 규모를 결정합니다. 월가는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점진적 증산(월 40만 배럴 감산 규모 축소)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공급 축소 요인도 있지만, 이란 핵 협상 타결에 따른 증산 요인도 있으므로 신중한 행보를 보일 것이란 전망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