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참모진 인수위 참여 보장·과학개혁 공동 추진 등 요구 수용 잠정합의"
국민의당 "무허가 합의"…"후보 교감 없었다, 장제원-이태규도 원론적 얘기만"
尹측 "합의문 초안에 가치동맹·합당 포함…공동정부 별도 논의"
국민의힘 내부에서 21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과 단일화 합의문 초안을 주고받았다는 공개 언급이 나왔다.

이 합의문에는 정권 교체를 위한 '가치동맹'과 대선 승리 이후 양당의 당대당 통합이 합의사항으로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성일종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제가 협상에 임한 게 맞다"며 "(단일화 합의문의) 초안까지 서로 주고받았다"고 공개했다.

그는 이 초안이 안 후보에게 보고됐다면서, "(안 후보가) 처음 듣는 것처럼 말씀하시니까 굉장히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성 의원은 안 후보 측 인명진 목사와 주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후보 사이에 비공식으로 가동됐던 '대여섯 개' 채널 가운데 하나다.

성 의원과 인 목사가 교환한 합의문에는 두 후보가 '가치동맹' 관계를 구축하자는 문구가 포함됐다고 한다.

대선 이후의 합당도 원론적인 수준에서 언급됐다.

책임 총리나 연립 정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초안에서 빠졌다고 한다.

단일화 대가로 특정 자리를 약속하는 형식은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보고, 대국민 설득에 용이한 대의명분을 주로 앞세웠다는 설명이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후보가 성 의원에게 '단일화를 반드시 해야 하니 안 후보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협상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다른 협상 채널에서는 '내각 지분'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후보가 안 후보와 공동 정부를 구성하고, 그와 참모들에게 인수위 참여를 보장하고, 과학 기술 기반 개혁을 함께 추진하기로 하는 등 안 후보 측 요구를 대폭 수용하기로 잠정 합의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 후보 측 공식 라인은 이를 모두 '무허가 협상'으로 규정하며 인식 차를 드러냈다.

안 후보 측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통화에서 "후보와 교감 없는 사람들이 자기 멋대로 합의문을 썼다"며 이를 '무허가 업체'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는 그런 협상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고, 합의 내용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며 "윤 후보와 둘이 얘기하면 되는데 왜 객꾼들이 끼어드나"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가 애초 합의문 초안 등을 공식 보고받지 않은 만큼 윤 후보가 전날 전화 통화에서 이를 전제로 '만나자'고 제안한 데 대해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이태규 본부장과 윤 후보 측 장제원 의원이 양 후보 컨펌을 받아 두 차례 만났으나, 원론적인 얘기만 나눴고 실무적으로 진전시킨 내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윤 후보가 거듭 '만나자'고 하니, 안 후보는 '오래전에 실무자끼리 만나 큰 방향을 정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은 너무 늦었다'고 답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