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사진=한경DB
대형 공모주의 상장 첫날 전산장애가 또 한 번 반복됐다. LG에너지솔루션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주식을 제때 매도하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계속되는 전산장애 사태에 대한 증권사와 한국거래소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일인 이날 장 초반 하이투자증권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전산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측은 “접속 오류가 장 개장 후 30~40분가량 진행됐고 그 이후 해소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개장 직후 빠르게 하락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시초가는 공모가(30만원)의 두 배 가량인 59만7000원에 형성됐다. 장 시작 후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면서 오전 9시 13분 45만원까지 빠졌고, 오후에 소폭 반등하면서 50만5000원에 마감했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전산장애에 따른 피해 보상 계획에 대해 “민원이 들어오면 현황을 파악하고 손실 보상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형 공모주 상장일마다 전산장애 사태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의 상장일에도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400만명이 넘는 투자자가 일반청약에 참가한 만큼 상장 전부터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KB증권, 대신증권, 신영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의 거래시스템도 일시적으로 먹통 현상이 나타났다는 투자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 청약에 참가한 20대 직장인 A씨는 “장 초반에 MTS 접속이 안 됐고 HTS에서 매도 버튼을 눌렀더니 프로그램이 다운됐다”며 “매도 타이밍을 놓치면서 손해 아닌 손해를 본 기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KB증권, 대신증권, 신영증권, 신한금융투자 측은 이날 전산장애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KB증권은 “거래 개시 시간에 주문량이 폭주한 건 맞지만, 내부 전산망 문제가 아닌 거래소의 시스템 내에서 주문·체결 통보 지연이 발생했다”며 “실제 매매가 체결되고 통보되기까지 1분 내외의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신영증권도 “개장 초기에 매매 체결 지연이 있었는데 이는 거래소 시스템 문제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거래소는 자체 시스템에 문제가 없었고 증권사의 회선 문제라고 주장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장 시작 직후에 쌓여 있는 주문 물량을 체결하고 통보하는 데 시간이 몇 초 걸릴 수는 있지만 1분가량 지연이 발생한 것은 증권사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며 “거래소 시스템의 문제라면 모든 증권사에서 동일한 문제가 발생해야 하지만 일부 증권사에서만 오류가 발생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또 HTS나 MTS에 접속이 지연되는 문제나 주문이 아예 안 들어가는 문제 역시 거래소와는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증권사의 전산설비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증권사들이 투자은행(IB) 부문과 리테일 부문의 호황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전산 투자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올해 쓱닷컴, 현대오일뱅크 등 대형 기업공개(IPO)가 줄줄이 예정된 만큼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