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중국 텐센트를 제치고 아시아 기업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달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반도체 호황기를 타고 몸값이 뛴 TSMC의 시총은 삼성전자와도 격차를 보이고 있다.

매체는 이날 종가 기준 TSMC의 시총이 6000억달러(약 718조원)로 5690억달러(약 681조원)에 그친 텐센트를 앞섰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TSMC의 시총은 전세계 상장사 중에선 9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금융데이터업체 '팩트셋' 자료에 따르면 TSMC는 지난해 8월 이후 텐센트 시총을 여러 차례 추월한 적 있으나 기간은 길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TSMC가 지난해 12월15일 이후 아시아 기업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TSMC는 타이베이증시와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으며 지난 17일 최고가 기록 이후 주가가 조정을 받고 있음에도 올해 들어 4% 정도 상승한 상태다.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텐센트의 주가는 지난해 1월 역대 최고를 찍었지만 이후 당국의 지속적 빅테크(거대 IT 기업) 때리기 여파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홍콩증시에서 지난해 1월 775.50홍콩달러까지 올랐던 텐센트의 주가는 현재 466홍콩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국시간 26일 오전 10시30분께 시총 약 440조원으로 글로벌 기업 중 16위다.

애널리스트들은 TSMC가 삼성전자, 인텔 등 경쟁사보다 우수한 기술과 높은 시장점유율로 시총이 계속 신기록을 세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TSMC는 전세계 90% 이상의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글로벌 최대 파운드리업체이자 가장 중요한 반도체 기업으로 꼽혔다.

애플·엔비디아·AMD 등 대기업도 TSMC의 고객사로 TSMC가 생산한 반도체는 아이폰·컴퓨터·자동차 등에 탑재된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2월 TSMC의 3나노 생산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대만을 방문했는가 하면 엔비디아는 TSMC 5나노 제품을 확보하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선불금 69억달러를 지불했다.

토머스 왕 옵티머스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TSMC가 글로벌 반도체 부족 사태 속에서 경쟁기업과 기술격차를 벌리면서 주가가 좋은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고 평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으로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도 TSMC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TSMC는 최근 지난해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400억~440억달러의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최대 47% 증가한 것으로 삼성전자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2~7나노 공정 개발에 집중 투자할 예정이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