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같은 사무실서 근무하라니…" 내부게시판에 불만 쇄도
의원실 전국 최대…도의회 "미비점 보완해 24일 업무 개시"
비좁은 신청사 입주 앞둔 경기도의회 직원들 '부글부글'
"새 청사인데 계단이니 엘리베이터니 공조시설이 잔뜩 자리만 잡아먹어 정작 활용할 공간은 비좁고, 화장실도 부족하고…"
경기도의회 광교 신청사 입주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경기도 직원 내부 통합게시판(와글와글)에는 신청사 부서 배치계획 등을 확인한 직원들의 불만 글이 지난달 말부터 이어지고 있다.

도의회는 이달 21∼23일 이사를 마무리하고 24일부터 신청사에서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오는 5월 전후로 신청사 입주를 검토 중인 도청보다 먼저 이전하는 것이다.

도의회 신청사는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에 지하 4층·지상 12층, 건축총면적 3만3천㎡(지하 주차장 제외) 규모로 지어졌다.

건축총면적은 현 청사(1만4천㎡) 대비 2.4배로 커졌다.

의원실은 의장실과 상임위원장실 등을 포함해 모두 142개가 설치됐다.

의원실 1개당 평균 면적은 30㎡ 규모로, 경북도의회(27㎡), 충남도의회(26㎡), 서울시의회(25㎡)보다 넓다.

의원실 수와 1실당 면적이 모두 전국 최대이다.

상임위원회 회의실도 현 청사(124㎡)보다 넓은 129㎡ 규모로 설치됐다.

◇ 기존 청사보다 줄어든 직원 업무공간
건축총면적이 기존 청사보다 2배 이상 커졌지만, 공용공간이 포함되면서 실제 직원들이 사용하는 개별 공간은 오히려 줄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도의회 한 직원은 "직원 내부게시판을 보니 도청 신청사의 경우 과·국 칸막이 구분조차 없고, 의자 기대앉으면 타 팀 직원과 부딪힐 수 있게 팀 배치를 한 곳도 있다는 얘기도 있는데 도의회 청사가 상대적 여건이 낫다고는 하는데 직원 업무공간이 협소하다는 느낌은 저뿐만 아니라 많은 직원들이 하는 말"이라고 말했다.

이에 공감한 다른 직원은 "대부분 직원이 바라는 것은 딱 이것일 뿐"이라며 책상에 듀얼모니터를 여유 있게 둘 수 있는 개인 사무공간, 주차공간, 회의실 확보 등 세 가지를 꼽기도 했다.

의정활동에 필요한 상임위원회 공간은 각 위원장·실회의실·전문위원실로 구분해 1개 위원회가 2∼3개 과가 차지하는 규모로 배치됐고, 의원실은 지상 9∼12층에 층당 30개씩 설치됐다.

반면 의회 직원들 사무공간은 한 층에 수백 명이 근무하게 계획된 층도 있어 의원들 공간에 비해 협소하게 공간 활용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를 두고 내부게시판에서는 "도의원들은 개인사무실 주고 직원들은 좁은 사무실에서 닭장처럼 근무하라고 한다", "의원들은 잘 나오지도 않는데 개인사무실 널찍하니 배치하고 의회 직원들은 한 공간에 백 명 가까이 칸막이 없이 두는 게 말이 되냐"는 혹평마저 나온다.

이에 도의회는 애초 한 층에 의사·예산정책·입법정책 등 5개 담당관실(근무인원 111명)을 두려던 4층 배치계획 일부를 수정해 입법정책 담당관실(근무인원 15명)을 7층으로 배치하기로 했다.

도의회 관계자는 "타 시도의회 청사도 의원 개인사무실을 두고 있다"며 "신청사에 운동시설과 쉼터 등 후생 복지 시설을 설치하는 등 직원들 편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비좁은 신청사 입주 앞둔 경기도의회 직원들 '부글부글'
◇ 새 청사인데 화장실 불편·주차장 부족
구내식당과 4개과 사무실이 들어서는 신청사 4층에 남녀 화장실 2개씩이, 다른 층엔 층별로 1개씩 화장실이 설치됐다.

현 청사보다 화장실 수가 줄어 이용하기 불편할 것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한 직원은 "도의회 현 청사는 층별로 양쪽 끝에 화장실이 1개씩 있는데 신청사엔 4층을 제외하고 층별로 1개만 있어 이용자가 한꺼번에 몰리면 화장실을 찾아 다른 층을 오르내려야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도의회 측 "화장실 개수가 현 청사보다 줄어든 건 맞지만 변기 설치 개수는 늘어 이용에 불편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좁은 신청사 입주 앞둔 경기도의회 직원들 '부글부글'
부족한 주차 공간도 걱정거리다.

도의회 신청사가 들어선 광교 경기융합타운 내 주차공간은 총 2천588대 규모다.

현 도청과 도의회 청사의 주차면(1천407대)보다 1천대 이상 더 많이 주차할 수 있는 규모지만 신청사 주차장은 도청과 도의회, 도 교육청 각 청사에 입주한 직원들이 함께 사용하도록 계획돼 상주 직원들이 모두 입주하면 주차공간 부족은 심화하리라는 것이다.

이에 도의회는 도청사 입주 전에는 의회 직원들에게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하고, 도청사 입주 전까지 주차비 징수 등 주차장 이용에 관한 세부 사항을 도청과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또 주차장 부족 문제 해소와 직원들의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위해 출퇴근 시간대에 수원 화서역(2개 노선)과 북수원, 안양 군포, 1동탄, 2동탄 지역과 신청사를 오가는 셔틀버스 6개 노선을 운영하기로 했다.

도의회 관계자는 "미흡한 점은 최대한 보완해 24일부터 신청사에서 업무를 보는 데 지장이 없도록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의회 청사는 수원시 인계동 당시 경기도 문화예술회관(현 경기아트센터) 내 임시 청사에서 1993년 2월 지금의 청사로 이전했다.

이사가 마무리되면 도의회는 29년간 이어온 수원 팔달산 청사 시대를 마감하고 24일부터 광교 청사 시대를 열 예정이다.

지하 4층·지상 25층 규모의 도청은 입주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5월 전후로 입주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