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영우 기자
사진=김영우 기자
2020년 12월 11일 펄어비스의 ‘붉은사막’ 실제 플레이 영상이 더게임어워드 2020을 통해 공개됐다. 뚜렷한 색채감, 사실적인 액션 장면 등으로 사람들의 호평이 끊이질 않았다. 공개 당일 펄어비스의 주가는 7% 올랐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지난해 8월 26일 신작 ‘도깨비’ 플레이 영상이 공개되자 매스컴과 SNS에 호평이 쏟아졌다. 현대적인 도시를 배경으로 한 경쾌한 액션 장면들은 대중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당일 펄어비스 주가는 23% 오르며 장을 마쳤다. “펄어비스의 개발력은 인정해줘야 한다”는 평이 줄을 이었다. 펄어비스가 ‘개발 명가’란 수식어를 달고다니는 이유를 다시 한번 증명한 셈이다.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체 엔진을 토대로 한 펄어비스 개발 기술은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특별한 색깔이 있다”며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 인정받는 게임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성과를 평가해달라.

“검은사막이 글로벌 이용자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다. 검은사막은 PC, 모바일, 콘솔 모든 플랫폼에서 글로벌로 성공한 국내 몇 안 되는 게임 지식재산권(IP)이라는 생각이다. 국내 서비스 7주년을 맞이했는데 꾸준한 유저 흐름을 보이고 있고, 검은사막 모바일과 콘솔 등도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 판호를 획득한 검은사막 모바일도 파트너사와 긴밀히 협업하고 있어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신작 정보를 세계 시장에 공개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본다. 도깨비, 붉은사막이 그것이다.”

▷올해 계획과 목표는.

“신작을 다수 발표할 예정이다. 붉은사막, 도깨비 등이다. 아직 각각의 출시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차기작 모두 콘솔게임, PC게임 시장을 염두에 두고 개발하고 있다. PC게임 시장을 보고 개발을 시작한 검은사막과는 그 출발점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펄어비스에는 큰 도전이라는 생각이다. 검은사막이 PC게임으로 제작돼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북미와 유럽은 PC보다 콘솔 게임 시장이 훨씬 더 큰 시장이다. 붉은사막, 도깨비, 플랜 8과 같은 신작 타이틀로 콘솔 시장에서도 인정받는다면 펄어비스는 글로벌 대형 게임회사들과 경쟁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내놓을 게임 모두가 세계 유저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트리플에이(AAA)’ 콘텐츠로 평가받는 게 목표다. 펄어비스는 준비가 돼 있다. 기존 엔진을 업그레이드해 차세대 게임엔진을 새로 만들었고, 글로벌 메이저 개발사들과 나란히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3D 스캔 스튜디오, 모션캡처 스튜디오, 오디오실도 갖췄다. 이미 몇 차례 공개한 붉은사막이나 도깨비 게임 트레일러에 나오는 장면이 다 자체 기술이 녹아든 작품이다. 기술력만큼은 그 어느 회사보다 진심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믿는다.”

▷자체 게임 엔진을 보유한 장점은 뭔가.

“펄어비스 게임 엔진은 김대일 의장을 포함해 엔진개발팀 50여 명의 역량이 결집된 핵심 자산이다. 국산 게임엔진 개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서도 자부심이 크다. 검은사막 이전부터 게임 엔진을 계속 개발했던 사람들로 구성해 개발하고 있는 만큼 상당한 기술력이 축적돼 있다. 게임 엔진 퀄리티가 상용 엔진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어떤 부분은 더 나은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자체 게임 엔진을 보유한 기간이 길기 때문에 운영 측면에서도 장점이 많다. PC 콘솔 모바일 플랫폼에 제한받지 않고 훨씬 더 효율적으로 빠르게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게임 엔진을 그냥 가지고 있다고 해서 게임의 퀄리티가 더 좋아지는 건 아니다. 게임 엔진으로 낼 수 있는 퍼포먼스가 핵심이다. 눈으로 보여지는 그래픽 렌더링도 더 잘해야 한다.”

▷메타버스 콘텐츠 관련 계획이 있나.

“최근에 많이 이야기하는 메타버스는 가상공간에서 현실이 투영된 자아가 다른 자아들과 상호 작용한다는 개념이 녹아들어 있다. 이것은 이미 한국 게임사들이 예전부터 개발해왔던 온라인게임에 적용돼 있었다. 펄어비스는 PC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이런 메타버스 개념에 익숙하다. 어떻게 사람들이 가상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상호작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왔다. 메타버스 플랫폼 운영 노하우가 쌓였다는 얘기다. 최근 공개한 도깨비 뮤직비디오 영상이 하나의 예다.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실제 공간과 브랜드를 영상에서 볼 수 있는데, 이런 콘텐츠들이 현실과 가상세계를 연결하는 매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관련 콘텐츠는 공개될 게임을 통해 점차 선보일 것이다.”

▷중국 시장 공략 계획은.

“지난해 검은사막 모바일은 중국 판호를 획득했다. 중국 현지 기대 게임 순위에도 검은사막과 검은사막 모바일이 상위권에 있을 정도로 기대가 높다. 판호를 획득했다는 사실 자체가 게임의 완성도와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작년 중국 기술 테스트가 순조롭게 진행됐다. 중국 출시일과 전략에 대해서는 중국 파트너사와 긴밀히 논의하고 있고 현지 서비스를 위해 양사가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검은사막 역시 글로벌에서 흥행한 저력이 있는 만큼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인재 확보 전략은.

“게임 개발은 사람이 모든 것을 다 하기 때문에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회사는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해왔다. 외부에서 펄어비스가 복지라든가 복리후생으로 언급이 많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게 우리 회사 복지가 좋으니까 ‘우리 회사로 오세요’라기보다는 일을 하면서 같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노력을 많이 한 결과이고, 결국 복지가 좋은 회사라는 이미지를 쌓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여름에는 신사옥을 과천에 지어서 이전할 계획이다. 신사옥 이전 역시 좀 더 좋은 업무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향후 투자 계획을 소개해달라.

“다양한 투자를 구상 중이다. 더 중요한 투자는 내부 게임 개발 능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본다. 우선 올해 선보일 게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은 R&D 차원에서 계속 챙기고 있다. 신기술과 관련된 투자도 진행할 것이고, 이를 통해 펄어비스의 경쟁력을 더 강화해 나갈 것이다.”

▷중장기 목표는.

“펄어비스는 한국 게임회사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게임 IP로 아시아 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은 게임은 많이 있었지만 서구권 시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게임은 거의 없었다. 검은사막이 한국에서 만든 PC MMO 게임으로 북미, 유럽 시장에서 유례없는 성공을 이뤄 왔듯이 이번에 개발하는 차기작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이용자에게 널리 사랑받는 게임 개발사로 인정받고 싶다. 펄어비스가 신작을 개발한다고 하면 세계 유저들이 기대하게 되는 그런 게임 개발사가 되고 싶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