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4만가구 공급…'내 집 마련' 상반기 분양을 노려라
올해 전국에서 50만가구가 넘는 민간 아파트가 공급될 전망이다. 지난해 분양가 산정, 조합 갈등 등의 문제로 공급이 밀린 단지가 대거 나온다. 게다가 신규 물량이 가세하면서 지난해 실제 공급 물량보다 7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이다. 계획대로 공급된다면 주택시장 안정에도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부동산시장에선 대출 규제 강화, 금리 인상, 대선 및 지방선거 등 변수가 많을 것”이라면서도 “새 아파트 공급이 대폭 늘어날 예정이어서 청약으로 내 집 마련 기회를 잡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서울·부산·광주 등 분양 물량 3~6배 늘어

한국경제신문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인포가 공동으로 시공능력평가 300위 내 건설회사를 대상으로 ‘2022년도 분양 계획’을 조사한 결과 전국에 53만7047가구가 공급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공급량(31만3205가구)보다 22만3842가구(71.4%) 증가한 수치다. 최근 5년간 공급된 민간 아파트는 △2018년 25만7722가구 △2019년 29만924가구 △2020년 30만1866가구 △지난해 31만3205가구 등 25만~30만 가구 수준이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물량이 전체 절반가량인 24만5420가구에 이른다. 지난해 수도권 공급 물량(13만246가구)보다 88% 급증할 전망이다. 부산, 대전, 대구, 광주 등 광역시 물량은 11만1088가구, 그밖의 지방도시에선 14만4939가구가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전국에서 공급 물량 증가폭이 가장 큰 곳은 서울이다. 역대 최저 수준이던 지난해(8672가구)보다 6배가량 늘어난 5만4294가구가 공급될 전망이다. 서울은 2017년 4만2054가구를 찍은 이후 △2018년 2만1353가구 △2019년 2만5800가구 △2020년 2만8675가구로 2만~3만 가구 수준을 지속하다가 지난해 8673가구에 그쳤다.

부산도 전년(1만804가구)보다 3배가량 늘어난 3만5176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인천(4만5365가구) 대전(1만8056가구) 울산(1만2330가구) 광주(1만7043가구) 충북(2만9242가구) 등도 3~5배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강원의 공급 물량은 1만482가구로 지난해(1만2257가구)보다 소폭 감소할 전망이다. 대형 건설사 브랜드 단지가 많이 공급된 경남도 지난해(2만8949가구)보다 적은 2만1219가구가 분양될 것으로 예상됐다.

서울과 광역시를 중심으로 올해 공급 물량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은 분양가 산정, 조합원 간 갈등 등으로 공급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은 정비사업 물량(재건축 2만5085가구, 재개발 1만7972가구)이 4만3057가구로 전체의 80%가량을 차지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지난해 분양가 상한제 시행 등의 영향으로 서울 등 주요 도시의 주택 공급이 지연됐다”며 “올해 새 아파트가 대거 나올 수 있어 자금계획 등 청약전략을 잘 세워 공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국 54만가구 공급…'내 집 마련' 상반기 분양을 노려라

서울, 인천 등 대단지 위주로 옥석 가리기

분기별 공급 물량을 보면 1분기가 11만6884가구로 가장 많다. 2분기 10만9166가구, 3분기 8만1637가구, 4분기 8만76가구 등이다. 상반기에 분양 예정 물량이 집중돼 있다. 지난해 연기된 물량이 많은 데다 오는 3월 대통령선거와 6월 지방선거 이후 펼쳐질 부동산 정책과 시장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을 고려해 분양 일정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시작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기준이 7월부터 총대출액 2억원에서 1억원 초과로 강화되는 것도 분양 시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는 지적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인천 등 수도권 대단지 분양을 노려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단일 단지로 국내 최대 규모인 서울 ‘둔촌 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둔촌주공 재건축)가 상반기 공급 일정을 잡고 있다.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 4개 건설사가 참여해 강동구 둔촌1동 170의 1 일대에 지하 3층~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일반분양만 4786가구에 달한다. 다만 공사비 증액 문제 등을 이유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소송전으로 번지고 있어 분양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서초구 ‘래미안원펜타스’(641가구), 송파구 잠실진주(2678가구), 동대문구 이문1구역(3069가구)과 이문3구역(4321가구), 청량리7구역(761가구) 등도 올해 공급 예정인 단지들이다.

경기 지역에서는 광명시 광명1R구역(3585가구), ‘베르몬트로 광명’(3344가구), 안양시 ‘안양역 푸르지오더샵’(2736가구), 수원시 권선11-6구역(2178가구) 등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인천 검단신도시에서는 금강펜테리움3차(1049가구), 한신더휴(910가구) 등이 공급될 예정이다. 지방은 부산 남구 우암1구역(2205가구), 우암2구역(3018가구)과 부산진구 양정1구역(2276가구) 등이 주목받고 있다. 대전 서구 용문1·2·3구역(2763가구), 광주 북구 운암3단지(3214가구) 등도 관심 단지로 꼽힌다.

올해도 청약시장 열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 압박, 공급량 확대 등의 변수로 지역 및 단지별 청약 경쟁률 차이가 커질 수 있다. 수도권에서는 사전청약 물량이 대거 공급될 예정이어서 청약 수요가 분산될 수 있다. 지방은 공급이 누적되는 지역 위주로 청약 미달 사태를 빚을 가능성이 크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 압력, 공급량 확대, 분양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역별 양극화와 옥석 가리기가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