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 시와 쓸 수 있는 시가 서로 달랐다. 당선된 시편은 그동안의 기록이다.’

고등학교 시절, 작은 공모전에서 상을 받았을 때 작성한 당선 소감이다. 이제 와 돌이켜보니 늘 그런 마음이었던 게 아닐까 싶다. 모든 걸 그만두고 싶던 내게 ‘도망치고 싶은 건 아닌지 생각해보라’고 말해준 이가 있었다. 존경하는 동료인 그의 말을 들은 뒤 그런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오늘과 내일과 모레와 앞으로의 다짐은, 나를 버리지 않기 그리고 밀어내지 않기, 견뎌보기, 내버려 두기다. 이렇게 여기자 나는 조금 괜찮아졌다. 나는 내가 해볼 만한 것 같다!

때론 삶이 극도로 평범해 어떠한 사건이라도 각별히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다. 그러나 정말 그런가에 대해서는 한참을 골몰해야 했다. 다 쓰기 전까지는 집에 갈 수 없는 기분. 집이면서도 그랬다. 집인데 왜 집에 가고 싶어지는 건지. 집이 진짜 있기는 한 건지. 그럴 때는 일단 누웠다.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고 나한테 모질게 굴던 사람들의 얼굴을 천천히 헤아렸다. 우는 게 싫고 부끄러운 것도 싫어서 울고불고하다가 이를 갈았다. 팔뚝을 깨물어 남은 잇자국을 만지면서 내 이야기를 더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박규현은 그냥 박규현이므로.

나를 늘 응원해준 가족, 친구 그리고 서울과기대 교수님들과 아낌없이 지도해주시는 나희덕 교수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내 시의 가능성을 믿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린다. 최선의 최선까지 밀고 나가는 사람이 되겠다.

■ 박규현 씨는

△1996년 서울 출생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학과 대학원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