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를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도 일시적이지 않다고 처음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파월 의장이 연임이 확정된 뒤 매파적 성향을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변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월 의장은 이날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경제 상황이 좋고 인플레이션 압력도 높기 때문에 테이퍼링을 몇 달 더 일찍 끝내는 방안을 고려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논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며 “높은 물가가 내년 중반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Fed는 지난달 2~3일 FOMC 회의에서 자산 매입액을 월 1200억달러에서 매달 150억달러씩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 속도라면 테이퍼링은 내년 6월께 끝난다. 하지만 내년 1월부터 테이퍼링에 속도를 내 자산 매입액을 매달 300억달러씩 줄이면 테이퍼링은 내년 3월 끝나게 된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란 기존 주장도 철회했다. 그는 “일시적이란 용어는 많은 이들에게 ‘수명이 짧다’라는 의미로 쓰이지만 우리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영구적이지 않을 것이란 뜻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제는 일시적이란 용어 사용을 중단하고 우리가 의미하는 것을 명확히 설명하도록 노력할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급망 문제는 제대로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우리가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놓친 것은 공급망 문제”라며 “이렇게 이례적으로 심각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날 뉴욕 증시와 국제 유가는 급락했다. 코로나19 새 변이인 오미크론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까지 더해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86% 떨어진 34,483.72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1.90%, 나스닥지수는 1.55% 하락했다. 주요 종목 중 애플(3.16%), 화이자(2.54%), 테슬라(0.68%) 정도만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5.4% 떨어진 66.18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11월 한 달간 21% 가까이 급락했다. 월간 기준으로 코로나19가 본격 시작된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이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