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판매자들 "에누리 요청 거절·남보다 싸게 팔면 허위 신고 당해"

[※ 편집자 주 = 이 기사는 부산에 사는 박승범(가명·30대)씨 외 2명의 제보를 토대로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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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제가 신고를 당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
중고 거래 앱 '당근마켓'에서 판매자에 대한 허위 신고가 남발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3일 당근마켓에 무선 이어폰 제품 판매글을 올린 박승범 씨는 판매금지 물품을 올린 것으로 신고돼 앱 이용이 제한됐다.

박씨는 "전자기기로 분류해 게시했는데 누군가 금지 물품(의약품, 의료기기 등) 판매라고 허위로 신고했다"며 "회사에 여러 방식으로 문의하니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달린 매크로(macro) 답변 외에 약 3일 동안 제대로 된 답변이 오지 않아 회원을 탈퇴해버렸다"고 전했다.

[OK!제보] "깎아주지 않으면 신고할게요"…당근마켓 '허위 신고' 남발
2015년 출시된 당근마켓은 위치기반서비스(GPS) 기능을 통해 인근 거주민과 중고 물품을 직거래하는 플랫폼으로 인기를 끌었다.

회원 신뢰도로 받아들여지는 '매너 온도'를 도입해 신고가 누적될 시 온도 지수가 깎이거나 이용이 제한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일부 사용자들은 신고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는 신고 방식 때문에 허위 신고 피해를 보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같은 제품을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게시물에 대한 신고와 구매자의 '비매너' 신고가 특히 악의적인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박씨는 "인터넷을 찾아보니까 같은 제품을 자기보다 더 싸게 파는 판매자를 이상한 명목으로 허위 신고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이번에 당한 허위 신고도 다른 판매자의 소행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OK!제보] "깎아주지 않으면 신고할게요"…당근마켓 '허위 신고' 남발
또한 당근마켓을 통해 수십 개의 중고물품을 판매했다는 강용호(가명·40대)씨는 "에누리를 요구하는 구매자 몇 명을 상대하면 금방 비매너 사유로 신고가 쌓이게 된다"고 전했다.

그는 "다른 거래 앱들과 달리 구매가 이뤄지지 않아도 판매자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문제"라면서 "신고가 누적돼 빨간색으로 '이용 정지된 상점'이라고 표기되면 범죄자가 된 느낌이 들어 불쾌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용자 이수철(가명·20대)씨는 "무분별하게 가격 조정을 요구하는 구매자들을 '네고충'이라고 부르는 은어도 있다"며 "비매너의 기준이 모호해 불쾌한 구매자를 응대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비매너 신고가 쌓였다"고 전했다.

현재 당근마켓 홈페이지에 게재된 운영정책에 따르면 30일 이내 3번 이상 비매너 평가를 받으면 경고 및 이용정지가 된다고 명시돼 있다.

운영정책에는 "비매너 평가는 주관적으로 남길 수 있어 고객 센터에서도 비매너다, 아니다를 판단할 수 없다"며 이 점을 양해해 달라는 내용도 있어 허위 신고를 막기 위해 회원 간 신고 지침을 더욱 명확히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OK!제보] "깎아주지 않으면 신고할게요"…당근마켓 '허위 신고' 남발
당근마켓은 구체적인 신고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만 이를 공개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왜냐하면 비매너 평가를 포함해 신고 기준이 명확히 공시되면 이를 역이용하는 악성 회원들이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운영정책의 '30일 이내 3번 신고'는 제재가 들어가는 최소치를 명시해놓은 것"이라며 "만약 프로그램 로직이나 구체적인 신고 기준을 공개하면 이를 악용하는 이용자들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단 신고가 들어오면 머신러닝(기계학습 프로그램)이 이를 판단한다"면서도 "허위 신고 문의에 대해선 운영 인력이 직접 재확인하는 절차를 통해 적극적으로 조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