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유튜브 리마스터링 프로젝트 발표 간담회 현장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SM·유튜브 리마스터링 프로젝트 발표 간담회 현장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파란 눈의 소년, 소녀들이 한국어 가사를 외치며 K팝 아이돌 그룹에 열광하는 모습은 이제 더 이상 생경한 풍경이 아니다.

물리적인 경계가 없는 SNS 세상 속에서 K팝을 매개로 세계 각국의 팬들이 허물없이 어우러지고 있다. 발매된 지 일주일도 채 안 된 신곡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안무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미국의 한 거리, 브라질의 아름다운 바닷가, 대한민국의 학교. 다양한 장소를 배경으로 팬들에 의해 콘텐츠는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세계화를 이뤄낸 분야는 K팝이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해외 한류 소비자 조사인 '해외한류실태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최근 5년간(2015~2020년) 권역별 한국 연상 이미지 변화 양상을 파악할 수 있는 워드 클라우드 세계지도를 제작한 결과, K팝은 한식과 IT제품을 꺾고 한국을 연상하는 이미지로 전체 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K팝의 세계화 흐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단연 온라인 플랫폼과의 시너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경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K팝의 영향력은 랜선을 타고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넓고 다양한 팬층이 SNS상에서 집결했고, 다양한 팬 문화를 만들어내며 K팝의 세계화에 추진력을 가했다.

콘텐츠 플랫폼과 K팝은 놀라운 시너지를 발휘했다. 가장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건 틱톡이다. 숏폼 모바일 비디오 플랫폼 틱톡을 활용한 신곡 마케팅은 이제 K팝 시장에서 필수 요소가 됐다. 포인트 안무를 따라 추는 이른바 '신곡 챌린지'는 국·내외 팬들의 놀이 문화로 정착했다.
가수 지코의 곡 '아무노래'를 시작으로 틱톡 챌린지 열풍이 불었다.  /사진=틱톡 제공
가수 지코의 곡 '아무노래'를 시작으로 틱톡 챌린지 열풍이 불었다. /사진=틱톡 제공
시작은 2019년 초 가수 지코의 곡 '아무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것에서 출발했다. 기존에 콘텐츠를 수용하던 입장에서 나아가 팬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형식의 틱톡 챌린지는 신선한 충격을 안겼고, 급기야 '아무노래' 신드롬으로 이어졌다.

틱톡이 2018년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K팝 영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3년간 틱톡의 K팝 콘텐츠는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2019년 3350만 건에 이르던 틱톡 내 K팝 영상수는 올해 9월 기준 9787만 건으로 3배 가량 늘었다. 이 중 92.8%가 해외에서 생성됐다.

유튜브 영상 조회 수 기록은 글로벌 인기의 척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쓰이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뮤직비디오를 전 세계에 동시 공개하고, 글로벌 팬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뮤직비디오는 더 이상 신곡의 부가적인 요소로만 그치지 않는다. 특히 다수의 그룹들이 앨범 간 유기성을 부여하는 고유의 스토리인 '세계관'을 강조하다보니, 이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영상의 역할은 더 커졌다. 영상 콘텐츠가 각광받는 환경이 돼 가치가 높아지면서 뮤직비디오 최다, 최단 조회 수 기록으로 영국 기네스 월드 레코드를 달성하기도 한다.

트위터에서는 2020년 7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전 세계에서 75억건에 달하는 K팝 관련 트윗이 발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3%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고치였다.

플랫폼은 K팝의 인기를 토대로 이용자 및 트래픽 유입을 늘리고, K팝은 시·공간 제약 없이 콘텐츠를 확장할 기반이 마련된 셈이니 시너지는 극대화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K팝을 소스로 한 협업 시도도 활발하다.
그룹 블랙핑크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블랙핑크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일례로 유튜브는 올해 YG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그룹 블랙핑크의 온라인 콘서트를 단독으로 생중계했다. 유튜브 뮤직이 최초로 시도한 라이브스트림 콘서트 파트너십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공연은 유튜브 블랙핑크 공식 채널 유료 멤버십에 가입한 후 시청이 가능했는데, 콘서트 관람 인원은 28만 여명으로 집계됐다. 멤버십 가격만으로만 단순 계산해도 매출이 100억 원을 훌쩍 넘겼다.

트위터는 아티스트의 컴백에 맞춰 팬들과 라이브로 소통할 수 있는 블루룸 라이브를 적극 선보이고 있으며, 유튜브는 SM엔터테인먼트와 과거의 뮤직비디오를 고화질로 되살려 공개하는 리마스터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프로젝트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이선정 유튜브 음악 파트너십 및 아태지역 아티스트 지원 총괄 전무는 "K팝의 역사를 만들어온 SM과 함께 국내에서 처음으로 프로젝트를 하게 돼 영광"이라며 "앞으로도 K팝의 역사를 함께 써내려가는 동반자, 파트너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틱톡은 참여형 플랫폼으로서의 강점을 살려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배정현 틱톡 코리아 사업개발 이사는 "틱톡은 전 세계 팬들이 단순히 K팝을 감상하고 소비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사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하는 공동창작 문화가 있는 K팝 팬덤의 글로벌 놀이터"라며 "앞으로도 음원 및 아티스트 지원을 통해 K팝 문화 확산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