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탄으로 만든 식물 성장 호르몬을 투여한 종자(왼쪽)와 그렇지 않은 대조군. /한국연구재단 제공
메탄으로 만든 식물 성장 호르몬을 투여한 종자(왼쪽)와 그렇지 않은 대조군. /한국연구재단 제공
메탄은 이산화탄소와 함께 대표적인 온실가스다. 자연에서 미생물이 발효하거나 분해될 때 생성된다. 천연가스, 셰일가스 등의 주성분이기도 한 메탄은 도처에 존재한다. 대기 중에 머무르는 시간은 이산화탄소보다 짧지만 온실가스 효과는 훨씬 강력하다. 미국 환경보호청에 따르면 20년 단위로 평가한 지구온난화 지수 기준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효과가 약 8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기후·에너지 관련 주요 경제국 포럼(MEF)에서 발표된 글로벌 메탄 공약에 따라 메탄 감축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 포럼에서 유럽연합(EU)과 함께 2030년까지 메탄가스를 2020년 대비 30% 감축하자는 공약을 발표했고 한국도 여기에 서명했다.

지구에서 매년 대기 중으로 6억t의 메탄이 배출되고 있다. 주로 에너지 생산과 농·축산업,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다. 국내에선 매년 축산업에서 800만t, 벼 재배 과정에서 600만t 등 2000만t이 넘는 메탄이 배출된다.

위가 네 개인 소는 트림하거나 방귀를 뀔 때 꽤 많은 메탄을 분출한다. 위에 있는 박테리아가 장내 발효를 통해 음식물을 분해할 때 생긴 메탄이다. 세계에 식용 소가 10억 마리가량 있는데, 이들이 내뿜는 메탄은 매년 이산화탄소 20억t에 달하는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기준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약 510억t의 4%다. 염소, 양 등 다른 반추동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규모 토목 공사를 할 때 땅을 갈아엎는 과정에서도 막대한 메탄이 나온다. 수력발전은 통상 친환경 발전으로 여겨지지만, 댐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방출되는 메탄을 고려하면 사실 석탄화력발전소보다 나을 게 없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이은열 경희대 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메탄을 식물 성장 호르몬으로 전환할 수 있는 친환경 기술을 개발했다고 최근 밝혔다. 메탄을 알코올, 유기산, 올레핀 등으로 전환하는 균주인 ‘메탄자화균’을 활용했다. 메탄자화균은 메탄을 먹고 자라며 에너지원으로 쓰는 원핵생물이다.

연구팀은 메탄자화균의 대사 경로를 바꿔 메탄을 식물 생장 호르몬 ‘인돌아세트산’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구체적으로 메탄자화균이 메탄을 먹고 대사 산물로 내뱉는 필수 아미노산인 L-트립토판을 과잉 생산하도록 했다. L-트립토판은 인돌아세트산 합성에 필요한 재료(전구체)다. 유전자 삽입 기술을 써서 대사 경로를 바꾸는 합성생물학 기법을 사용했다. 인돌아세트산은 식물 생장 호르몬인 옥신의 하나로 식물 성장과 뿌리내림을 돕는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들어진 메탄자화균이 포함된 미생물 비료를 밀 재배에 적용했다. 이후 발아된 새싹과 뿌리 성장률이 대조군에 비해 각각 2배, 3.6배 높은 것을 확인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연구재단이 추진하는 ‘C1 가스리파이너리’ 사업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화학공학 저널’에 실렸다.

연구팀은 앞서 메탄과 이산화탄소에서 식품 및 사료 소재인 라이신과 바이오 나일론 원료인 카다베린을 생합성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 교수는 “2015년 C1가스리파이너리 사업단이 출범했을 때 메탄자화균의 유전자 조작 노하우를 보유한 국내 그룹은 한 곳도 없었다”며 “외래 유전자를 도입하는 벡터 시스템, 이 시스템을 세포 내로 도입하는 형질 전환법 등 모든 것을 스스로 찾으면서 노하우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