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대출(렌드) 서비스 출시 계획을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게리 겐슬러 위원장이 “대출 상품을 출시하지 말라”고 경고한 지 2주일 만이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CEO)는 20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우리 거래소에서 검증 받은 이용자를 대상으로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려던 계획을 접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코인베이스는 지난 7일 자사 고객을 대상으로 ‘코인베이스 렌드’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했었다. 렌드는 코인베이스를 통해 암호화폐 대출이 가능하도록 USD코인을 예치하면 연 4.0%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USD코인은 코인베이스에서 거래되는 스테이블 코인이다. 1USD가 1달러에 연동된다. 법정화폐인 달러가 실질 가치를 담보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매우 작다.

겐슬러 위원장은 코인베이스의 렌드 서비스 출시 계획이 나오자 지난 14일 의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이 서비스를 강행하면 소송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코인베이스가 증권으로 판단할 만한 암호화폐를 거래하고 있지만 규제 대상 기관에서 제외돼 있다”며 “추가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인베이스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장중 5% 넘게 떨어졌다. 시장 하락세보다 큰 폭이다.
미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주가가 20일(현지시간) 장중 5% 넘게 하락했다.
미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주가가 20일(현지시간) 장중 5% 넘게 하락했다.
코인베이스는 지난 4월 기업공개(IPO)를 통해 나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이 회사는 SEC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SEC의 타깃이 됐던 암호화폐 리플을 자사 거래소에서 가장 먼저 거래 중단시켰다. SEC 출신의 고위 임원을 영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겐슬러 위원장의 강경 발언이 잇따르면서 주가가 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암스트롱 CEO는 트위터에 “다른 거래소에는 다 허용하고 있는 대출 등 서비스를 코인베이스에서만 못 하게 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며 “암호화폐 업무가 왜 증권 서비스인지 누구도 설명하지 않은 채 소송 협박만 일삼고 있다”고 SEC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