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로스스토어
자료=로스스토어
유통업계의 화두는 최근 수년간 e커머스(전자상거래)였다. 아마존의 기업가치는 세계 최대 유통기업인 월마트를 뛰어넘은지 오래다. 쿠팡은 국내 유통시장의 게임체인저였고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미국 시장에 상장했다. e커머스 시장에서 밀리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생존이 불투명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e커머스의 폭발적인 성장 속에서도 미국 소매업체 로스트토어는 오프라인 ‘외길’을 걷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오프라인 매장 수를 늘렸다. 주변의 우려와 반대로 실적과 주가 모두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美 최대 할인소매업체

2일(현지시간) 로스스토어 주가는 116.96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 저점(종가 기준 59.97달러) 대비 95% 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S&P500지수 상승률(89.19%)을 웃돌았다.

로스스토어는 미국 전역에서 18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할인소매업체다.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유명 브랜드의 의류와 주방·욕실용품 등을 정가보다 20~70% 할인해 판매한다. 미국 최대 할인소매업체 중 하나로 시가총액이 420억달러에 육박한다. S&P500과 나스닥100 지수에도 포함돼있다.
로스스토어 차트(2020년~)
로스스토어 차트(2020년~)

오프라인 강점 특화

지난해 팬데믹으로 비대면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유통산업에는 비상이 걸렸다. 많은 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e커머스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했다. 로스스토어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지난해에만 66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새로 열었다.

지난해 미국에서 영업금지 등 ‘셧다운(폐쇄)’ 조치가 시행되자 로스스토어도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 지난해 연 매출은 125억3157만달러로 전년(160억3907만달러) 대비 21.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억9000만달러로 전년(21억4600만달러)보다 91.1% 급감했다.

올해 들어선 상황이 바뀌었다. 백신 접종과 함께 경제활동이 정상화되자 오프라인에만 집중한 전략이 좋은 결과를 냈다. 올 2분기(5~7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9.0% 증가한 48억497만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2분기와 비교해도 21.2% 늘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0.6% 증가한 6억7632만달러로 집계됐다. 로스스토어의 바바라 렌틀러 최고경영자(CEO)는 “정부의 부양 정책과 백신 접종이 맞물리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로스스토어는 고객의 특성을 고려해 오프라인 할인점으로서 차별화를 꾀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코어사이트리서치에 따르면 로스스토어 고객의 평균 가계소득은 연 6만3000달러 수준이다. 아마존 고객의 평균 가계소득(8만5천 달러)보다 낮다. 로스스토어는 오프라인에만 집중하며 포장비, 배송비 등 비용을 절감했다. 평균 10달러 안팎의 저렴한 상품을 취급하는 로스스토어에 손님들이 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해 오프라인 업체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문을 닫은 것도 로스스토어엔 기회가 됐다. 바바라 렌틀러 CEO는 “코로나19로 다른 소매업체들의 폐업과 파산건수가 증가했다”며 “향후 추가적인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종목 집중분석] '오프라인' 외길 걸은 로스스토어…실적·주가 모두 웃었다

배당귀족주 매력 부각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등으로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배당주가 주목받고 있다. 로스스토어는 대표적인 S&P500 배당주 가운데 하나다. 25년 연속 배당액을 늘려, 지난해 배당귀족주로 꼽히기도 했다. 팬데믹으로 배당을 중단하며 배당귀족주에서 제외됐지만, 올해 들어 다시 배당을 재개했다.

올해 기대 배당수익률은 약 1%로 예상된다. 주가가 상승하면서 배당수익률은 소폭 떨어졌다. 하지만 배당액은 꾸준히 늘어 올해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로스스토어는 주주환원정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분기 1억7600만달러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올해 총 6억5000만달러어치 자사주를 매입할 예정이다.

향후 주가 전망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우선 오프라인 업체로서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1년 미국의 할인소매업계 시장 규모는 952억달러(매출 기준)로 추정된다. 시장 규모는 2001년 1362억달러로 고점을 찍고 점차 줄어들고 있다.

델타 변이 확산도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로스스토어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과 공급망 문제 등 잠재적 위험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부정적인 전망에 투자심리도 악화되며 주가는 지난 한 달 동안 4.13% 빠졌다.

반면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에 따른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윤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회복과 신규 점포 확대를 통한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국 25개 증권사가 제시한 로즈스토어의 평균 목표주가는 140.64달러다. 현 주가 대비 20.25% 상승 여력이 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