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아시아컵서 사령탑 데뷔전…"에너지 넘치는 강한 수비로 승부수"
여자농구 대표팀 정선민 감독 "올림픽 때 일본 스타일 배워야"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일본이 아시아 농구가 어떻게 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 잘 보여준 것 같아요.

그런 농구를 우리가 수용해서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
여자농구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정선민(47) 감독이 한국 여자농구의 국제 경쟁력 강화의 기치를 내걸었다.

27일 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된 정선민 감독은 30일 전화 인터뷰에서 "시기적으로 중요할 때 대표팀을 맡게 됐다"며 "쉽게 되기 어려운 자리에 올라 기쁘기도 하지만 너무 많은 것들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 여자농구는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올림픽 본선에 나가지 못하다가 올해 도쿄올림픽에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13년 만에 오른 올림픽 무대에서 우리나라는 3전 전패를 당했지만 세계적인 강호인 스페인, 세르비아 등과 접전을 벌여 다시 국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엿봤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 뛰는 대표팀 에이스 박지수(23·KB)와 슈터 강이슬(27·KB), 가드 박지현(21·우리은행) 등 젊은 선수들이 포지션별로 좋은 활약을 펼쳤고 베테랑 김단비(31·신한은행), 박혜진(31·우리은행) 등이 대표팀의 중심을 잡아줬다.

여자농구 대표팀 정선민 감독 "올림픽 때 일본 스타일 배워야"
도쿄올림픽 때 전주원(49) 감독에서 이제 정선민 감독으로 배턴 터치가 이뤄진 여자 대표팀은 9월 27일 요르단에서 개막하는 국제농구연맹(FIBA) 여자 아시아컵에 출전한다.

FIBA 세계 랭킹 19위인 우리나라는 이번 아시아컵에서 일본(8위), 뉴질랜드(36위), 인도(70위)와 함께 A조에 편성됐다.

이번 대회 4위까지 2022년 호주에서 열리는 FIBA 여자 월드컵에 나갈 수 있다.

정선민 감독은 "9월 6일 대표팀 소집 이후 아시아컵까지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올림픽 때 (전)주원 언니가 만들어 놓은 대표팀의 골격을 이어가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도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일본의 경기 스타일이 아시아 국가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농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평균 신장 175.6㎝로 180.3㎝인 우리나라보다 작았지만 특유의 스피드와 약속된 패턴 등을 앞세워 유럽 강팀들을 연파하고 은메달을 따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정 감독은 "일본의 경기를 보면 가드진의 스피드가 엄청나고, 코트를 넓게 쓰는 공간 활용 능력이 탁월하다"며 "몸싸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빠른 스피드에 기회가 나면 던지는 외곽까지 정확한 것은 결국 체력이 밑바탕이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 감독의 현역 시절에는 우리나라가 일본을 만나면 연전 연승을 거뒀지만 한국과 일본의 여자농구 실력이 역전된 만큼 이제는 배우는 자세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여기에 일본은 외국팀과 풍부한 실전 경험을 통해 선수들이 유럽이나 북미 팀들과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는 노하우를 몸으로 부딪치며 터득했고, 또 올림픽 개최국 이점과 그만큼 준비를 철저하게 했다는 자신감이 맞물려 좋은 성적을 냈다는 것이다.

여자농구 대표팀 정선민 감독 "올림픽 때 일본 스타일 배워야"
정 감독은 "이번 올림픽 미국 남자 농구도 골밑에 걸출한 선수는 없었지만 그레그 포포비치 감독이 이렇다 할 '빅맨' 없이도 많은 움직임을 통해 금메달을 따냈다"며 "그만큼 벤치에서 선수들에게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정확하고 세밀하게 짚어줘야 하고, 그런 부분을 우리도 올림픽 때 전주원 감독님이 잘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팀수 등 여자농구 저변에서는 일본과 차이가 크지만 "대표팀 선수 개인의 기량에서 우리가 떨어지는 편이 아니다"라고 평가한 정 감독은 "올림픽 때 짧은 준비 기간에도 좋은 경기 내용을 보인 만큼 우리도 조금 더 시간 투자를 많이 했더라면 올림픽 8강이 꿈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여자농구의 '부활'의 특명을 부여받은 정 감독은 "코트에서 에너지 넘치게 뛰어다니고, 수비에서 강하게 밀어붙이는 저돌적인 농구를 보여드리고 싶다"며 "강한 체력이 바탕이 돼야 하기 때문에 선수들도 폭넓게 기용할 것"이라고 '정선민 농구'의 색깔을 예고했다.

현역 시절 국가대표로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2002년 세계선수권 4강 주역으로 활약한 정선민 감독은 한국 선수 최초로 WNBA에 진출했고, 국내 리그에서 트리플더블 8회로 최다를 기록한 '바스켓 퀸'이었다.

그는 하지만 "선수 때 잘했다고 감독도 잘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다 알지 않느냐"며 "우선 9월 아시아컵에서 내년 월드컵 본선 티켓 확보를 1차 목표로, 2022년 아시안게임과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