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의 새로운 시대 연 첫 아시안 히어로…다음달 1일 개봉

아이언맨, 블랙위도우 등 원년 멤버들이 퇴장한 이후 마블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베일을 벗었다.

현란한 동양 무술 만난 마블…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샹치는 '블랙팬서'(2018)로 흑인 히어로를 탄생시키며 다양성에 무게를 뒀던 마블이 내놓은 첫 아시안 히어로다.

그동안 마블 영화에 동양 캐릭터가 전무했던 것은 아니지만, 주인공으로 이름을 내걸고 본격 등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둠의 세계를 지배해 온 아버지 웬우(양조위)로부터 혹독한 훈련을 받다 도망친 샹치(시무 류)는 미국에서 친구 케이티(아콰피나)와 함께 평범한 주차원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자신을 찾는 아버지의 부하들로부터 습격을 당하고, 가까스로 도망쳐 여동생 샤링(장멍)과도 조우하지만 결국 집으로 끌려온다.

죽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에 사로잡힌 웬우는 아내의 고향인 신비로운 세계인 탈로를 침략할 계획을 세운다.

이를 막기 위해 샹치는 케이티와 샤링과 함께 탈로로 향하고, 이곳에서 아버지와 맞서며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히어로로 거듭나게 된다.

영화에서는 그동안 마블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현란한 동양 무술을 실컷 감상할 수 있다.

좁은 버스와 높은 건물 외벽에서 빠른 속도로 강한 타격감을 주는 단거리 액션은 과거 무협 영화 속 이소룡을 떠올리게 한다.

'아이언맨'을 비롯한 마블의 히어로들이 최첨단 기술의 장비들을 이용했다면, 샹치의 액션은 그야말로 맨주먹 싸움이다.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는 탈루는 상상의 동물들과 색색의 의상으로 디즈니 만화를 보는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탈루를 찾아가는 길은 울창한 대나무 숲 미로로 동양적인 색채를 숨김없이 드러낸다.

이곳에서 샹치는 자신의 진정한 힘을 깨닫는데 이모에게 배우는 쿵푸와 죽음 앞에서 마주한 용이 그 계기가 된다.

현란한 동양 무술 만난 마블…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이번 편은 샹치의 데뷔 무대인 만큼 그의 비범한 핏줄을 설명하는 과거 회상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그동안 마블이 대체로 히어로의 과거사를 비밀로 남겨두고 시리즈마다 하나씩 풀어가던 것과는 달리 친절한 편이다.

앞서 개봉한 '블랙위도우'와 마찬가지로 가족 식사 장면도 연출되는데 최근 들어 히어로의 개별 능력보다는 가족 서사를 강조하는 마블 세계관의 변화도 엿볼 수 있다.

샹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새로운 시대인 마블 페이지4의 문을 여는 히어로 탄생의 시작이기도 하다.

앞서 개봉한 '블랙위도우'도 마블 페이지4에 속하지만, 떠나간 영웅을 기리는 성향이 강했다.

샹치를 본격적인 시작으로 11월 '이터널스', 12월 '스파이더맨: 노웨이홈' 등에서 새로운 히어로들이 대거 쏟아질 예정이다.

샹치를 연기한 시무 류는 묵직한 액션과 따뜻한 인간미로 새로운 유형의 히어로로 자리매김하고, 케이티로 분한 아콰피나는 재치 있는 입담으로 마블 특유의 웃음을 이어간다.

이들은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 히어로 세계에 입문한 이들로 인간적인 매력이 강하다.

현란한 동양 무술 만난 마블…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웬우를 연기한 량차오웨이(양조위)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내뿜는다.

강력한 힘을 지닌 열 개의 링인 '텐 링즈'를 이용한 파괴적인 액션부터 처음 만난 아내와 춤을 추듯 우아하면서도 날카롭게 벌이는 무술 대결까지 매 순간 흐트러짐이 없다.

연인에 대한 사랑과 냉철한 카리스마가 공존하는 눈빛에서는 그의 대표작 '화양연화', '중경삼림', '무간도' 등이 스쳐 지나간다.

전반적으로 동양 색채가 강한 영화는 기존의 마블과는 결이 다른 느낌을 준다.

신식 무기들로 화려함을 채우기보다는 마법이나 가족애와 같은 정서적인 기반을 바탕으로 신비로움을 강조한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작품인 만큼 설명적인 요소가 강해 다소 늘어지는 면도 있지만, 액션의 쾌감이나 시각적인 효과는 역시나 훌륭하다.

다음 달 1일 개봉. 상영시간 132분. 12세 이상 관람가.

현란한 동양 무술 만난 마블…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