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19일(11:1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진=한섬
사진=한섬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의류업계 신용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브랜드 파워가 탄탄한 상위 업체들은 비(非)대면 상황에서도 충성도 높은 고객을 중심으로 온라인 채널에서 선방하고 있지만 인지도가 뒤처지는 하위 업체들은 영업실적 변동폭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탓이다.

19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패션 부문 의류 업체 중 패션그룹형지(장기 신용등급 BB), 형지엘리트(BB-), 쌍방울(BB-) 등이 부정적 신용등급 전망을 달고 있다. 현재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제조 부문 의류 업체 중에선 신원(BBB-)과 이오(BB-)가 부정적 신용등급 전망을 달고 있다. 이에 비해 신성통상(BBB-)은 긍정적 신용등급 전망을 부여받아 신용등급 상향 조정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패션그룹형지는 미흡한 영업실적이 지속되는 가운데 송도 신사옥 관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실행과 회계정책 변경에 따른 리스부채 계상으로 재무부담이 빠르게 커졌다. 형지아이앤씨 역시 브랜드 전반의 매출 감소세와 미흡한 수익성이 지속되고 있다. 이오는 코로나19 사태로 거래처의 수주량이 축소되면서 고정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에 비해 신성통상은 '탑텐' 브랜드 호조와 해외생산 법인에 대한 제한적인 투자로 차입부담이 완화되는 추세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의류업계 전반의 업황은 부진했다. 한국기업평가가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성통상, 패션그룹형지, 형지엘리트, 쌍방울 등 패션 업체 6곳의 지난해 단순 합산 매출은 전년 대비 5.5% 감소한 4조1661억원이었다. 영원무역, 태광실업, 신원, 태평양물산, 기도산업 등 5곳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업체들의 경우 7.4% 축소된 6조3864억원을 나타냈다.

올 하반기 의류업계 사업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산하고 있지만 소비심리 위축과 소비자의 구매력 약화로 사업 환경이 살아나진 못하고 있다. 국내 소매판매와 기타 유통채널 판매는 지난해 기저효과로 인해 올 들어 증가세로 전환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대규모 집객 시설 이용에 대한 기피현상은 여전하다.

오프라인 소비가 쉽지 않다 보니 비대면 채널 선호도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무점포 소매판매는 올 들어 10% 이상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런 상황에서 의류업계 전반의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견고한 브랜드 파워와 온라인 유통망을 구축한 상위 업체들은 기저효과, 보복소비 덕분에 영업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노후화된 브랜드 이미지와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채널을 보유한 하위 업체는 재무구조 저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장미수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갈수록 브랜드 파워와 온라인 유통망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며 "OEM업계는 주문이 대형 업체에 집중되는 벤더 통합 추세로 양극화 현상이 강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방 거래처 입장에서 코로나19 등 높은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 제품을 납기에 맞춰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할 유인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