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역설

사람들은 변덕스럽고 불합리하며 자기중심적이다.
그럼에도 그들을 사랑하라.

네가 선을 베풀면 숨은 의도가 있다고 여길지 모른다.
그럼에도 선한 일을 하라.

네가 성공하면 거짓 친구와 진정한 적을 얻을 것이다.
그럼에도 성공하라.

네가 오늘 한 좋은 일은 내일 잊힐 수도 있다.
그럼에도 좋은 일을 하라.

너의 정직과 솔직함 때문에 상처받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정직하고 솔직하라.

가장 큰 생각을 품은 위대한 사람도
가장 작은 생각을 가진 사람에 의해 쓰러질 수 있다.
그럼에도 위대한 꿈을 꾸어라.

사람들은 약자를 동정하면서도 강자만을 따른다.
그럼에도 소수의 약자를 위해 싸워라.

네가 오래 쌓아 올린 것이 하룻밤에 무너질지 모른다.
그럼에도 그것을 쌓아 올려라.

사람들은 도움을 원하지만 도와줘도 비난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그들을 도우라.

네가 가진 최고의 것을 줘도 모자란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최고의 것을 주어라.


*켄트 M. 키스((Kent M. Keith, 1949~) : 미국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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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의 아침 시편] 테레사 수녀를 감동시킨 ‘위대한 역설’
미국 시인 켄트 M. 키스가 하버드대 2학년 때인 19세에 쓴 시입니다. 미국의 정치적 격동기였던 1960년대에 대학을 다닌 그는 세상이 아무리 혼탁해도 서로가 선을 행하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는 모세의 십계명 형식을 빌린 이 시에서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10개의 덕목을 제시합니다. 십계명의 직설적인 경구와 달리 세상이 우리를 실망시켜도 결코 좌절하지 말고 희망을 꿈꾸자는 의미에서 제목을 ‘위대한 역설(원제: The paradoxical commandments, 역설적 십계명)’이라고 붙였습니다.

테레사의 ‘어린이 집’ 벽에 걸린 시

그의 말처럼 세상은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지요. 좋은 의도에도 삐딱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좋은 일을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는 사람이 어리석어 보일 수도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한 행위는 결과와 관계없이 그 자체로 좋은 것이라고 시인은 말합니다. 타인의 반응보다 자신의 의지와 근본 가치를 보고 모든 덕목을 실행하라는 것이지요. 남이 몰라주고 오히려 비난하더라도 굳건한 믿음을 갖고 최선을 다해, 최고의 것을 주라고 말입니다.

그는 이 시를 하버드대 학생회에서 발행한 소책자 『소리 없는 혁명』에 실었습니다. 이후 이 시는 하버드대의 리더십 지침이 돼 조금씩 퍼져나갔습니다.

이 시를 읽고 감동한 마더 테레사 수녀는 인도 캘커타에 있는 ‘어린이 집’ 벽에 걸어두고 삶의 나침반으로 삼았지요. 테레사 수녀가 타계한 1997년, 시인은 로터리클럽 모임에서 동료 회원이 테레사 수녀의 책에서 읽었다며 낭송하는 시를 들었습니다. 듣다 보니 아주 익숙한 내용이었습니다.

30년 전에 쓴 시를 우연히 발견하고…

그는 이 시가 전 세계에 퍼져 있다는 사실에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더욱이 여러 경로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그에게 되돌아오고 있었으니까요. 그는 동료에게 책의 제목을 물었지만 알 수 없었습니다.

다음날 서점으로 달려간 그는 테레사 수녀에 관한 책을 샅샅이 뒤졌고, 마침내 『마더 테레사: 소박한 삶(Mother Teresa: A Simple Path)』이라는 책의 부록 바로 전 마지막 페이지에서 이 시를 찾았습니다. 약 30년 전에 자신이 쓴 것이었죠. 그는 한동안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는 시의 내용을 증보해 전국중등학교장협회에서 개정판을 출간했습니다. 나중에는 열 가지 계명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설명한 책 『그래도(Anyway)』를 펴냈습니다.

이 시를 쓴 그의 삶은 어땠을까요? 대학 졸업 후 그는 변호사와 주정부 관료, 하이테크공원 개발자, 교수로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쳤습니다. 1984년에는 미국 청년상공회의소가 뽑은 가장 뛰어난 청년 10명에 뽑혔지요.

이후로도 해양기술과 에너지 등 경제 개발 프로젝트, 중·고등학생들의 자치활동, 공무원 사회의 리더십, 젊은 세대의 요구 등을 주제로 강연과 저술까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최고의 것을 주어라’

그의 시처럼 역설적인 계명에는 위대한 희망이 담겨 있습니다. 이를 행하는 사람들은 누구에게 공이 돌아가는지 걱정하지 않고 서로 도움을 주기 위해 협력할 것입니다. 어떤 결정을 내릴 때는 권력 경쟁의 구도보다 개인과 조직, 사회를 위해 어떤 게 가장 바람직한 일인지를 먼저 생각할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역설적인 인생을 살 때 비로소 당신은 이 세상에서 자신만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당신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당신이 변화시키는 삶 중 하나는 당신 자신의 삶이 될 것이다.”

저는 그의 ‘위대한 역설’ 중에서도 다음 두 부분을 특별히 좋아합니다.

‘가장 큰 생각을 품은 위대한 사람도/ 가장 작은 생각을 가진 사람에 의해 쓰러질 수 있다./ 그럼에도 위대한 꿈을 꾸어라.’
‘네가 가진 최고의 것을 줘도 모자란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최고의 것을 주어라.’

■ 고두현 시인·한국경제 논설위원 :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늦게 온 소포』,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달의 뒷면을 보다』 등 출간.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