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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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CATL의 유전자다. 회사의 빠른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 이기도 하다."

로빈 정 CATL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말이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인 CATL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탄탄한 중국 내수 시장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LG에너지솔루션과 시장 1위 자리를 다투고 있다. 2011년 창업 후 불과 10년 만에 거둔 성과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배터리 업체인 CATL의 기업가치는 경쟁업체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을 정도로 급격히 불어났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중국 내수시장에선 후발주자들이 성장해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 시장에선 아직 성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시총 216조원 이르는 中 배터리 공룡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1년 간 CATL 주가는 160% 성장했다. 시총은 1조2000억위안(약 216조3000억원)으로 경쟁사인 파나소닉(35조5000억원)과 LG화학(62조9000억원)의 시총을 합친 것보다 많다고 FT는 보도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는 올해 상반기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29.9%를 점유해 1위로 올라섰다. LG에너지솔루션이 24.5%로 2위, 파나소닉(15%)이 3위다.

CATL을 창업한 로빈 정은 중국이 문화대혁명 혼란을 겪던 1968년 가난한 마을에서 태어났다. CATL 성공으로 그는 중국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로빈 정을 포함해 CATL 임원 등 9명이 포브스에서 선정하는 세계 억만장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 상장 기업 중 가장 많은 억만장자를 배출한 회사가 됐다.

중국 정부의 기술 회사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고 있지만 중국 내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CATL 기업가치를 끌어올렸다. 중국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새롭게 인도된 전기차는 27만1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4% 증가했다.

내수 기댄 성장 한계 지적도

하지만 CATL이 중국 내에서 계속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후이 중국 이웨이경제연구소 연구소장은 "중국의 광대한 시장 규모와 정부의 자국 기업 육성책을 떼어 놓고는 CATL의 가파른 성장을 설명할 수 없다"며 "정책이 완화되고 경쟁자들이 중국 배터리시장에 진입하고 있어 CATL의 시장 점유율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CATL이 선보인 나트륨 이온배터리
CATL이 선보인 나트륨 이온배터리
지난해 폭스바겐이 11억 유로를 투자한 고센하이테크는 중국 헤페이시에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공장을 짓고 있다. 중국 시장 점유율 2위인 BYD도 지난해 포드의 중국 합작법인과 공급 계약을 맺었다.

세계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하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5월엔 LG에너지솔루션이 CATL의 시장 점유율을 추월했다. 전문가들은 CATL이 중국 밖에서도 힘을 내기에는 아직 제약이 많다고 평가했다. 한국, 일본 등에 비해 중국 정부가 미국 EU와 외교적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은 것도 CATL에는 부담이다.

나트륨 배터리로 승부수

CATL는 가격 경쟁력으로 맞서고 있다. 니켈 코발트처럼 비싼 금속 대신 철과 인산염을 이용한 인산철 배터리를 주로 생산한다. 테슬라의 상하이 공장에서 만드는 중거리 이하 전기차에 활용되고 있다. CATL는 독일 아른슈타인에 짓고 있는 첫 유럽 배터리 공장을 내년 말 가동할 계획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CATL가 배터리 비용을 킬로와트시당 100달러 이하로 낮춰 전기차 가격 경쟁력을 휘발유차 수준까지 맞췄다고 평가했다. 중국 투자은행 CICC는 CATL 배터리 생산량이 올해 200기가와트시에서 2025년 600기가와트시를 넘어 세계 시장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술 혁신에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21C배터리 연구소를 구축했는데 이곳에서 근무하는 연구 직원만 5000명에 이른다. 지난달 말 값 비싼 리튬 대신 소금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나트륨 배터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나트륨은 리튬보다 에너지 효율이 낮지만 구하기 쉽고 값이 싸다. 다만 완전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평가다.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전기화학 제조전문가인 빌리 우는 "움직이는 차량에 나트륨 이온을 이용하는 것은 아직 먼 일"이라며 "고정식 에너지 저장 장치에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먼저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몇년 전만 해도 많은 중국 배터리 제조사가 혁신 측면에서 한국과 일본에 뒤처져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중국에 박사 학위 받은 인재가 늘어난데다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