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민간 기업 규제를 계속 확대하면서 중국 증시 약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빅테크 주식들이 많이 포함돼 있는 홍콩 항셍테크지수는 지난 6월말 8200선에서 이제는 7000선도 깨졌습니다.

오늘은 상대적으로 괜찮은 흐름을 보이고 있는 전기차와 배터리 주식들의 최근 현황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는 전기차 신세력 3인방인 NIO 샤오펑 리샹은 디디추싱 사태 이후 미국과 중국이 모두 중국 기업의 미국 상장 문제를 들여다보겠다고 하면서 주가가 약세를 보였습니다. 최근 이런 우려가 좀 잦아들고 판매량 호조가 확인되면서 주가도 회복되고 있습니다.

월간 판매 처음 8000대 넘은 샤오펑

규제 홍수 속 제 갈길 가는 中 전기차·배터리 [강현우의 차이나스톡]
먼저 지난달 판매 신기록을 세운 샤오펑부터 보겠습니다. 주가는 7월말에 30달러 근처까지 내려갔다가 최근 40달러 선을 회복했습니다. 샤오펑은 7월에 월간 판매 신기록인 8040대를 팔았습니다. 작년 7월보다는 세 배 넘게 늘어났고요 6월에 비해서도 20% 이상 늘었습니다.
샤오펑이 한 달에 8000대 넘게 판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3인방 중에서는 2위였습니다. 샤오펑이 신세력 중에서 선두로 꼽히는 웨이라이, NIO를 월간 판매량에서 앞선 건 올들어 처음입니다.

샤오펑은 현재 중형 세단 P7과 준중형 SUV인 G3 두 차종이 있고요, 지난달에 P7 6000대, G3 2000대를 판매했습니다. 최근에는 세번째 차종인 준중형 세단 P5 출시 계획을 내놨습니다. 가격은 16만위안에서 23만위안, 2800만원에서 4000만원 수준입니다. 3분기에 예약을 받기 시작해서 4분기에는 고객 인도에 들어간다는 계획입니다.

테슬라가 최근에 중국판 모델3 가격을 1만위안 정도 내렸는데요, 후반부에 다시 말씀드리겠지만 중국 전기차 신세력들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분석됩니다.

라이더 장착 스마트카 양산

샤오펑은 P5가 세계 최초로 라이더 기술을 장착한 양산형 자동차라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라이더는 레이저를 이용한 레이더 센서인데요, 일반적인 레이더가 전파를 활용하는 것과 다른 점입니다. 직진성이 높은 레이저를 쓰기 때문에 사물의 크기나 형태를 일반 레이더보다 훨씬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샤오펑은 P5가 라이더와 다른 센서들을 활용해 150m 밖의 보행자나 자전거 운전자, 스쿠터, 도로 공사 현장 같은 상황을 한밤중에도 구분해 낼 수 있다고 합니다. P5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AP가 라이더와 12개의 초음파 센서, 5개의 극초단파 레이더, 13개의 고해상도 카메라를 조종하는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라이더는 성능은 좋지만 가격이 비싸서 그동안 양산형 자동차에는 쓰이지 않았습니다. 고급 사양 라이더는 1000만원도 넘고요, 요즘 많이 싸졌다고 해도 200만원은 넘는 게 보통입니다. 샤오펑은 세계 1위 드론업체인 DJI에서 분사한 라이더 개발업체 리복스와 협업해서 가격을 낮췄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공격적인 증설

샤오펑은 3공장 착공 소식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샤오펑의 본사는 광둥성 광저우에 있고 1공장은 광저우 인근 도시인 자오칭에 있습니다. 생산 규모는 연 10만대 규모고요. 샤오펑은 작년 뉴욕증시에 상장하면서 조달한 자금으로 광저우에 2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내년 말 연산 10만대 규모로 가동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2공장 완공도 하기 전에 최근 3공장 착공에 들어갔습니다. 이번에는 광둥성이 아니라 후베이성 우한에 연간 10만대 규모 3공장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우한시정부가 공동으로 투자했다고 하고요.

우한은 한국에선 코로나19의 진원지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중국에선 핵심 공업도시로 꼽힙니다. 위치상으로도 중국의 중심인데다 장강의 한복판에 있어서 물류가 좋고, 전국에서 가장 대학교가 많아서 인재 확보가 유리합니다. 일본 완성차 3사인 도요타 혼다 닛산이 모두 우한에 공장을 두고 있습니다. 우한하고 LG화학의 배터리 공장이 있는 난징은 앞으로 중국의 산업을 이끄는 핵심 기지가 될 전망입니다. 중국 경제에 관심 있으신 분은 두 도시를 주목하셔도 좋겠습니다.

샤오펑 이어 리샹도 홍콩 2차상장

샤오펑은 지난달 초 홍콩증시 2차상장을 마치면서 미국 상장 중국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리스크를 일부 해소하기도 했습니다. 홍콩 IPO로 18억달러, 약 2조원을 조달했고 이 자금을 3공장 건설에 상당 부분 투입했습니다. 뉴욕 한 주당 홍콩 두 주 비율이고요. 주가도 절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샤오펑에 이어서 리샹이 홍콩증시 2차상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샤오펑보다 조금 많은 19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입니다. 상장 예정일은 8월12일입니다.

리샹은 홍콩증시 증권신고서를 통해서 몇 가지 새로운 경영 현황들을 알렸습니다. 이 회사가 현재 X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PHEV 자동차 뼈대를 개발하고 있는데요. 2022년에 X 플랫폼을 기반으로 7인승 대형 SUV를 내놓고, 2023년에는 같은 플랫폼으로 두 종의 SUV를 더 내놓을 계획입니다.

리샹이 현재 판매하는 차종은 원(ONE)이라는 PHEV SUV 한 종류입니다. PHEV는 충전도 하는 하이브리드카고요. 하이브리드카는 일반적인 엔진 자동차에다가 전기 모터와 배터리를 추가해서 연비를 높인 차입니다. 하이브리드카 배터리는 자동차가 달릴 때나 브레이크를 밟을 때 충전됩니다.

PHEV는 보통 하이브리드카보다 좀 더 큰 배터리를 달고 충전 기능까지 더해서 전기차에 좀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PHEV 중에 엔진은 충전하는 발전기 역할만 하고 주행은 배터리와 모터로만 하는 차들도 있습니다. 이런 차를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 EREV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리샹의 원과 X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로 내놓겠다는 3종의 SUV들은 모두 EREV 들입니다.

리샹은 이와 별도로 순수 전기차용 플랫폼인 훼일앤샤크 플랫폼도 개발하고 있고, 2023년 두 종 이상의 순수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입니다.

OTA 업그레이드로 신차 느낌 지속

규제 홍수 속 제 갈길 가는 中 전기차·배터리 [강현우의 차이나스톡]
말씀드린 것처럼 리샹은 원이라는 한 종류 차종만으로 상당히 선전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판매량은 8589대로 신세력 3사 중에 1위를 했습니다. 6월보다는 11%, 작년 7월보다는 250%가량 늘어났습니다. 역시 월간 8000대를 넘은 것은 처음이고 최다 판매 기록입니다.

회사 측은 6월에 내놓은 성능 개선 모델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안에 몇 차례 OTA 업그레이드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OTA 업그레이드는 테슬라부터 시작해서 테슬라 워너비인 중국 전기차 신세력들이 다들 적용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입니다. OTA는 Over the Air, 무선이라는 뜻이고요. 스마트폰 운영체계인 iOS나 안드로이드가 업그레이드하면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처럼 자동차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겁니다. 자율주행 기능을 추가한다든지 해서 자동차 보유자가 늘 새 차를 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배터리 교환소 늘리는 NIO

규제 홍수 속 제 갈길 가는 中 전기차·배터리 [강현우의 차이나스톡]
전기차 신세력 선두주자로 꼽히는 웨이라이, NIO는 7월에 7931대로 3위로 내려갔습니다. 그래도 7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4만9887대로 작년 전체를 넘어섰습니다.

NIO의 차별점이라면 배터리 교환 시스템을 들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살 때 차만 사고 배터리는 임대를 하는데, 전기를 다 쓴 배터리를 다른 전기차처럼 충전할 수도 있지만 NIO가 운영하는 교환소에서 충전이 다 된 배터리로 교환할 수도 있습니다. 배터리 교환에 드는 시간은 주유하는 시간만큼 짧고요. NIO는 올해 말까지 배터리 충전소를 700개로 늘리고, 2025년까지 4000개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NIO는 기존 브랜드와 별도로 저가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다고도 합니다. 가격은 15만위안에서 25만위안, 2600만원에서 4400만원 정도로 책정한다는 계획입니다. 여기에 한 대에 3만위안, 약 500만원대의 경차 전기차를 파는 새로운 브랜드도 출범시킬 예정이라고 합니다.

판매량 늘려가는 네자

저가 전기차를 내세워서 전기차 신세력의 한 축으로 크고 있는 네자(네타)는 7월에 6011대를 판매했습니다. 월간 6000대를 넘긴 것은 처음이고요, 작년 7월보다는 5배 늘었습니다. 네자는 현재 저장성 퉁샹에 공장을 갖고 있는데 장시성 이춘에 2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올 연말 가동하면 연간 15만대 생산역량을 갖추게 됩니다. 7월까지 2만7000대를 팔았고 올해 연간 판매 목표는 5만대로 설정했습니다.

최근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서 대홍수가 발생해 300여명이 사망하는 큰 사고가 있었습니다. 네자는 여기서 발빠르게 움직여서 정저우시와 협약을 맺었습니다. 비로 침수된 차량 소유주가 네자 신차를 사면 시 정부가 최고 1만5000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겁니다. 네자의 전기차 가격이 안그래도 가장 싼 모델은 6만8000위안, 1200만원 정도로 싼데 보조금까지 받게 되면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공급과잉 우려도 커져

중국 전기차 시장이 계속 커지고는 있지만 최근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에는 전기차 사업을 한다고 하는 업체가 500개를 넘을 정도로 경쟁이 과열되고 있습니다. 모든 기업들이 성공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경쟁에서 뒤쳐진 업체들에게 투자된 수조원이 허공으로 날아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한때 테슬라 경쟁사로 꼽혔던 바이튼이라는 기업이 84억위안, 약 1조5000억원을 투입하고도 제대로 된 차 한 대 못 만들고 도산한 사례도 있었고요. 그동안 생산시설 과잉투자가 누적되다보니 자동차산업 전체 가동률이 작년말 기준 48.5%였습니다. 공장 절반 이상이 놀고 있었다는 얘기고요. 자동차 판매가 한창 활발했던 2017년에도 66.6%에 그쳤습니다.

지금 전기차 공장 가동률이 따로 나오진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증설 러시가 계속되다보면 전기차도 공급과잉 사태가 분명히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나트륨 배터리 내놓은 CATL

규제 홍수 속 제 갈길 가는 中 전기차·배터리 [강현우의 차이나스톡]
다음으로 배터리업체 CATL 소식을 좀 보겠습니다. CATL이 7월말에 나트륨배터리를 처음으로 내놨습니다.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에 비해 출력은 떨어지지만 가격이 싸고, 추운 날씨에서 리튬배터리에 비해 성능이 덜 떨어지고, 충전 속도가 빠른 장점이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입니다. 영하 20도에서도 성능의 90%를 유지하고, 상온에서 15분 만에 80% 충전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CATL은 또 리튬이온배터리와 나트륨배터리를 혼합해서 쓰는 AB 배터리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외부 기온 같은 다양한 조건에 맞춰서 리튬배터리와 나트륨배터리의 출력을 조절하면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한다는 게 CATL의 주장입니다.

테슬라는 리튬인산철배터리 확대해 가격 인하

테슬라가 중국에서 판매하는 모델3 가격을 또 낮췄습니다. 가장 인기가 많은 스탠더드 레인지 플러스 모델 가격을 1만5000위안 내린 23만5900위안에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테슬라는 생산 비용 변화에 맞춰 가격을 조정했다고 하는데, 결국 중국에서 많이 쓰이는 리튬인산철배터리 모델의 비중을 늘린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2분기 실적 발표회 당시 앞으로 리튬인산철배터리 비율이 3분의 2를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는 양극재에 니켈과 망간 코발트 3종류의 금속을 써서 NCM 또는 3원계 배터리라고 합니다. 니켈과 코발트 가격이 너무 올라 전기차업체들에게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리튬인산철배터리는 3원계 배터리에 비해 성능은 떨어지지만 가격이 쌉니다. 또 중국 대표 배터리업체인 CATL을 비롯해서 중국 업체들이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이런 발표를 중국 배터리업계에선 희소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리튬 확보에 사활 거는 배터리업체들

CATL은 핵심 원재료인 리튬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에는 장시성과 협약을 맺고 이춘시에 리튬이온배터리와 소재 생산기지를 짓기로 했습니다. 장시성 이춘은 리튬 매장량이 약 250만t에 달하는 지역입니다. 2010년에 중국 최초로 리튬 산업단지를 조성한 지역이기도 한데, 당시에는 리튬 매장량이 110만t으로 중국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했었고요, 이후 개발을 확대해서 묻혀 있는 리튬을 더 많이 파악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춘은 매장량은 많지만 광석에서 리튬을 추출해야 하기 때문에 남미 소금호수에서 추출하는 것보다 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그동안 중국이나 호주의 리튬 광산 개발이 더뎠는데,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면서 리튬 가격이 뛰자 이제 리튬 광산도 수익성이 확보되고 있습니다. CATL 뿐 아니라 궈센가오커, BYD 같은 경쟁 배터리업체들도 차례로 이춘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업체들끼리 경쟁을 벌이면서 채굴 비용도 계속 낮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