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투자 '100조원 시대'
해외 주식 투자 100조원 시대가 열렸다. ‘서학개미(해외 주식 투자자)’들이 보유한 해외 주식 투자 잔액이 100조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해외 주식에 눈을 뜬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원정 투자에 나선 결과다. 주로 미국의 성장을 상징하는 기술주를 매수하며 투자를 통해 ‘아메리칸드림’을 이루려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 잔액은 889억5010만달러(약 101조7400억원·7월 말 기준)로 집계됐다. 작년 말 83조원 수준에서 7개월 만에 20조원가량 급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말(50조원)에 비해선 두 배 넘게 늘었다. 국내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88조원)나 현대차와 기아(83조원)를 통째로 사들이고도 남을 만큼의 돈을 해외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올 들어서만 한국 투자자들은 17조원어치의 해외 주식을 순매수했다. 작년 코스닥시장 개인 순매수 규모(16조3000억원)를 뛰어넘는 수치다. 여기에 미국 3대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며 보유 주식 가치가 높아져 100조원을 넘어섰다. 예탁결제원이 집계하는 해외 주식 투자 잔액은 국민연금 등 기관을 제외한 투자자들이 각 증권사 계좌로 거래하는 전체 해외 주식을 의미한다. 사실상 서학개미들의 계좌를 포괄하는 셈이다.

이들은 미국 성장주가 상장된 나스닥 주식을 대거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꿈의 주식’으로 분류됐던 테슬라를 비롯해 애플, 아마존, 구글(알파벳), 엔비디아 등 미국 대표 성장주 20조원어치가량을 계좌에 담고 있다. 투자 방식도 똑똑해지고 있다. 변동성이 큰 밈주식(개인투자자가 집중 매수하는 유행 종목)과 동전주를 즐겨 찾던 이들도 우량 성장주와 분산투자가 가능한 상장지수펀드(ETF)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애플을 일부 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서는 스마트한 투자 전략도 눈길을 끈다.

김진곤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상무는 “초고액 자산가를 비롯해 상당수 투자자가 미국 주식의 성장성에 확신을 갖고 있다”며 “최근에는 젊은 세대도 미국 성장주가 장기적으로 자산을 불려줄 것으로 보고 투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