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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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미국 인텔을 제치고 다시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의 자리를 탈환했지만 상대적으로 주가는 힘을 못 쓰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지난 2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197억달러(약 22조70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 같은 기간 196억달러(약 22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인텔을 제쳤다고 보도했다.

WSJ는 삼성전자의 1위 탈환에 대해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다시 급증했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인텔의 주요 사업인 비메모리 반도체 제조원가보다 메모리 반도체 원가가 훨씬 낮다는 점도 매출이 급증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WSJ는 메모리 반도체 성장이 더 두드러져 삼성전자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메모리 반도체의 판매액은 전년 대비 3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비메모리 반도체의 대표격인 중앙처리장치(CPU)의 판매액은 4%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은 1980년대 이후 30여년 넘게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으로 군림했지만 2017년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기(슈퍼사이클)에 들어서면서 삼성전자가 처음 인텔의 매출액을 넘어선 바 있다.

이후 메모리 반도체 과잉 공급에 따른 시장 침체 영향으로 2019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30% 급감해 인텔이 2년 만에 다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랐다가, 이번에 다시 삼성전자가 1위를 되찾은 것이다.

다만 실적에 비해 삼성전자 주가는 힘을 못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유가증권시장 첫 거래일에 주가 8만3000원으로 출발했지만 이날 오전 10시 현재 7만9200원에서 횡보 중이다. 연초 대비 4.5% 떨어졌다. 이 기간 경쟁사인 애플은 12.7%, TSMC는 8.2%, 인텔은 8.1% 올랐다.

업계에선 삼성전자 주가 하락 이유로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을 꼽는다. 반도체 수요가 올 하반기부터 둔화되고 메모리 공급과잉 현상으로 메모리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에 불리한 국면이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과감한 투자로 국면 전환을 꾀하고 있는 인텔, TSMC와 달리 전략과 변화가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상반기 반도체 업황에 대한 의구심은 (이번 2분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미제로 남았다"며 "비전·전략·변화 등 그 무언가가 부족해 보이는 데다 투자자들 갈증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