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사진)가 한국학중앙연구원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됐다고 연구원이 29일 밝혔다. 임기는 3년. 유 신임 이사장은 베스트셀러 인문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저자로, 문화재청장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를 지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관계자는 “유 이사장이 학계에서 쌓은 풍부한 지식과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학 발전과 대중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유 있는 사람들만 기부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누구나 관심만 있으면 소액으로도 자신만의 철학을 담아 기부를 실천할 수 있습니다.”기부의 구체적인 방법을 다룬 《대한민국 기부 가이드북》을 출간한 이상현 태인 대표(사진)가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꺼낸 얘기다. 이 대표는 LS그룹 창업자인 고(故)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외손자로 적극적인 기부 활동을 펼쳐왔다.《대한민국 기부 가이드북》은 에세이가 아닌 실용서로 분류된다. 이 대표는 이 책에서 20대부터 시작한 자신의 기부 경험과 기부에 대한 철학, 한국의 주요 기부 기관 목록, 기부 후 세무처리 방법 등을 꼼꼼히 정리했다. 기부에 대한 개인의 체험담을 담은 책은 많았지만, 구체적인 기부 방법을 설명한 서적이 출간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이 대표는 ‘기부 20년’을 기념해 책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가 처음으로 기부에 참여한 것은 막 군대에 갔을 때다. 월드비전을 통해 가정형편이 어려운 국내 아동을 소개받고 후원자가 됐다. 이 대표는 “휴가 때 군복을 입고 결연 아동을 만났다”며 “그때의 감동이 워낙 커 아직도 기부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기부를 정의해 달라고 하자 “단순히 누군가를 돕는 일이 아니라 자신과 가족, 사회를 위한 투자”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 대표는 “기부를 통해 나 자신을 알아가게 되고, 내가 꿈꾸는 세상도 찾아가게 된다”며 “기부를 통해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사람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라고 말했다.이 대표는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기부를 담당하는 기관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부자가 맡긴 돈이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알리고 수혜자와 기부자의 소통에도 신경을 더 써야 한다”는 것이다.사회 지도층들이 자신의 기부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여유가 있는 사회 지도층들은 자신의 기부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꺼린다”며 “돈도 많은 사람이 그것밖에 기부를 안 하느냐는 말을 듣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진짜 중요한 것은 금액이 아니라 스토리”라며 “이들의 기부 활동이 긍정적인 입소문을 타야 일반인들의 참여가 활발해진다”고 덧붙였다.이 대표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손꼽히는 ‘모범 회원’이다.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며, 임대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착한 건물’ 캠페인에도 가장 먼저 참여했다. 그가 운영하는 전기 부품 제조업체 태인도 정기적인 기부활동을 평가받아 충북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착한기업 1호’ 현판을 받았다.이 대표는 민간 남북협력 활동가, 북한 우표 전문가로도 알려져 있다. 1947년 최초로 독도에 세워진 한국령 표목 사진을 발굴하고, 여러 문화재를 한국학중앙연구원에 기탁하는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가 실크로드 답사 대장정을 마쳤다. 《나의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1~2권에서 실크로드를 찾아 시안에서 시작해 하서주랑과 둔황을 거친 유 교수는 《중국편 3: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에서 타클라마칸 사막과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오아시스 도시들을 순례한다. ‘서유기’의 현장법사(삼장법사)와 손오공이 불경을 찾아 지나간 길, 고대 동서문명 교역의 중심으로 탐스러운 과일과 고고학 보물들이 넘쳐나는 지역을 지나며 저자는 “실크로드 답사는 내 인생에서 가장 감동적인 여행이었다”고 말한다.유 교수는 한족 중심의 중국사에 밀려 소외됐던 신장위구르자치구를 중국 편의 출발점으로 삼은 것은 이곳이 수천㎞에 달하는 고대 중요 동서교역로인 실크로드의 진수이자 요충지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 편을 시안이나 뤄양부터 썼다면 자칫 중국사 전체를 한족 중심의 중화주의적 관점으로 휩쓸려 보게 됐을 것”이라며 “이번 책을 통해 서역이라 불리며 중국 통치 범위 바깥에 있던 곳의 역사를 먼저 끌어안아 이야기함으로써 한족 역시 55개 민족 중 하나라는 걸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유 교수와 답사 일행은 화염산을 배경 삼아 수려하게 펼쳐진 석굴사원인 베제클리크석굴과 대형 고대 도시와 무덤이 있는 투르판부터 키질 석굴과 쿰투라석굴, 수바시 사원터 등 신장 지역 불교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오아시스 도시 쿠차 등을 지난다. 이후 ‘살아서 돌아올 수 없는 곳’이라고 불리는 타클라마칸 사막을 종단한 뒤 남로를 달려 중국 실크로드 서쪽 끝에 있는 카슈가르에서 대장정을 마친다.저자는 실크로드 주요 지역과 유물, 풍광 곳곳을 실감나게 그려내며 역사와 문화, 사람, 자연이 어우러진 실크로드의 신비함을 전한다. 그는 “타클라마칸 사막과 천산산맥은 내가 갖고 있던 자연에 대한 상상력을 뛰어넘은 곳이었다”며 “무엇보다 사라진 실크로드의 고대 국가들을 통해 국가를 갖지 못해 겪는 민족의 설움이 얼마나 큰지, 나라와 역사를 지키고 있는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 민족인지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