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전 전승' 우승 김승기 감독 "선수들과 행복한 농구가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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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린저 교체 카드 실패하면 그만둘 각오로 짐 싸놓고 준비
"전창진 감독님, 먼저 전화 주셔서 '미안해서 연락 못 했지?'"
LG 이적 이재도에게는 "잘 되면 잘 먹고 잘살아라, 안 되면 다시 오고" "제 이름에 '승'자가 '이길 승'(勝)이 아니고 '이을 승'(承)이지만 제가 선수 때 감독님들이 항상 '우리가 승기를 잡아서 이겼다'고 하셨죠."
프로농구 2020-2021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팀 안양 KGC인삼공사의 김승기(49) 감독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김승기 감독은 2020-2021시즌 정규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을 '10전 전승'으로 끝내는 괴력을 발휘하며 2016-2017시즌에 이어 통산 두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26일 만난 김승기 감독은 "우승한 지 보름 정도 됐는데 축하 자리가 계속 이어지니까 정말 한참 오래된 일처럼 느껴진다"고 근황을 전했다.
김승기 감독은 이번 시즌 10전 전승을 더 해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 통산 24승 10패를 기록, 프로농구 통산 감독 최고 승률 1위(70.6%)를 달리고 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 통산 승률이 70%를 넘는 사령탑은 김승기 감독이 유일하다.
올해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에서도 매 경기 말 그대로 일찌감치 '승기'를 잡아 한 번도 패하지 않은 김승기 감독은 "주위에서 쉽게 우승했다고 하시지만 시즌 시작부터 너무 힘들었다"며 "외국인 선수 선발에 실패하면서 시즌 내내 버텨준 국내 선수들에게 미안했다"고 돌아봤다.
인삼공사는 2020-2021시즌을 얼 클락, 라타비우스 윌리엄스 조합으로 시작했다가 클락을 크리스 맥컬러로 교체했고, 다시 3월에는 맥컬러를 제러드 설린저로 바꿨다.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설린저의 가세는 인삼공사 우승의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이 됐고, 설린저는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경기력으로 다른 선수들을 가르친다고 해서 '설교수'라는 별명까지 생길 정도였다.
설린저가 워낙 펄펄 날아 주위에서는 '설린저 덕에 우승했다'고 시기 어린 질투를 하기도 하지만 김승기 감독은 "설린저를 뽑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부상 때문에 2년 넘게 쉰 선수였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며 "제가 모험을 거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때는 정말 설린저가 안 되면 그만두겠다는 심정으로 숙소에 짐까지 다 싸놓고 기다렸다"고 말했다.
2020-2021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상황이었던 김 감독은 "국내 선수들은 잘 만들어놓고, 외국인 선수를 잘못 뽑아서 우승을 못 하면 내 책임이라고 생각했다"며 "만일 그런 상황이 오면 이번 시즌까지 마치고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모두 다 아는 것처럼 설린저는 KBL 데뷔 시즌에 그야말로 '역대급 활약'을 펼쳤고 김 감독은 "처음 연습하는 모습을 딱 보고 '보통 선수가 아니다'라는 확신이 들었다"며 "그때 우승 확률 70∼80%는 되겠다는 느낌이 들어 연습 끝나고 바로 축하주 한잔을 하러 갔다"고 웃어 보였다.
하지만 김 감독은 속칭 '설린저 빨'이라는 일부의 평가 절하에는 단호히 반박했다.
그는 "물론 설린저가 빈자리를 채워주지 않았으면 우승은 어려웠을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 팀의 국내 선수들이 자기 기량을 200% 발휘할 정도로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우승이지, 설린저가 아무 팀에 가기만 하면 우승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평소 자신을 내세우는 스타일이 아닌 김승기 감독은 2016-2017시즌이나 이번 시즌 우승했을 때 여느 시즌의 우승팀 감독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았다.
2017-2018시즌 서울 SK 문경은 감독, 2018-2019시즌 울산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 등은 우승 사령탑으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지만 김 감독은 2016-2017시즌에는 오세근, 이정현, 이번 시즌에는 설린저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양보했다.
'서운하지 않았냐'는 물음에 그는 "그런다고 제가 우승 감독이 아닌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답하며 "솔직히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신경 안 쓰려고 한다"고 대범하게 말했다.
'설린저 덕을 제일 많이 본 선수는 누구냐'는 질문에도 김 감독은 "전성현, 오세근이 아무래도 더 편해졌을 것"이라고 답하다가도 이내 "솔직히 내가 제일 덕 봤지, 뭐"라고 웃으며 농담하기도 했다.
챔피언결정전 상대였던 전주 KCC는 김 감독과 특별한 인연을 이어온 전창진(58)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어 팬들의 관심이 더욱 컸다.
김 감독은 국내 프로농구에서 선수와 코치, 감독으로 모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경험한 유일한 인물인데 선수와 코치로 우승했을 때 모두 전창진 감독이 그 팀의 사령탑이었다.
전창진 감독은 원주 동부 시절이던 2007-2008시즌 이후 무려 13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도전했으나 용산고 후배인 김승기 감독에게 4전 전패를 당해 우승 꿈을 다음으로 미뤘다.
김승기 감독은 "사실 죄송해서 전화를 따로 못 드렸다"며 "그런데 먼저 전화를 주셔서 '죄송해서 전화 못 드렸어요'라고 말씀드렸더니 '내가 너 그럴 줄 알고 먼저 전화했다'고 하시더라"고 감사와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우승 주역 중 한 명인 가드 이재도(30)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창원 LG로 이적했다.
김 감독은 "(이)재도는 팀 적응에 좀 시간이 걸리는 스타일"이라며 "새 팀에서도 적응을 잘해서 뭔가 보여주면 좋겠다"고 덕담했다.
그러면서 "LG에서 잘 되면 잘 먹고 잘살고, 안 되면 다시 오라고 말해줬다"고 무심한 듯 챙겨주고 싶어하는 마음도 내비쳤다.
다음 시즌에는 NBA 복귀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KBL에서 건재함을 입증한 설린저에 대해 김 감독은 "농담으로 '봄에 소속팀이 플레이오프 탈락하면 나를 불러달라, 플레이오프에 와서 뛰겠다'고 그러더라"며 "미국 가면 한 번 만나려고 한다"고 나눴던 대화를 소개했다.
이번 시즌 수비와 리바운드 등 궂은일을 제대로 해낸 문성곤에게도 살짝 미안해했다.
김 감독은 "사실 우리 팀에 문성곤 공격 패턴만 없다"며 "리바운드만 잡으라고 하고, 공격 때는 어디 코너에 서 있으라고만 하니 본인도 서운했던 모양"이라고 지시에 잘 따라준 문성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우승 두 번에 플레이오프 최고 승률을 기록하며 지도자로서도 '승기'를 잡은 김승기 감독은 앞으로 목표를 묻자 "선수들과 행복한 농구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용산고와 중앙대를 나와 실업 삼성전자에 입단했던 그는 "사실 저도 27살 이후로는 무릎 부상 때문에 제대로 뛰지 못하고, 불행했던 때가 많았다"며 "문경은, 조성원, 이상민 다 같이 잘 나가다가 나만 아래로 확 가라앉은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김 감독은 "선수 때 연봉 3천만원도 못 받고 뛴 적도 있었다"며 "이제 지도자로서 불행하고 배고픈 선수들을 성공으로 이끌고, 능력 있는데 안 되는 선수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프로니까 선수들이 돈 많이 벌게 해줘야 하고, 또 한국 농구 발전을 위해 최대한 재미있는 농구를 하면서 다 함께 행복해지는 것, 그게 저의 목표"라고 다짐했다.
/연합뉴스
"전창진 감독님, 먼저 전화 주셔서 '미안해서 연락 못 했지?'"
LG 이적 이재도에게는 "잘 되면 잘 먹고 잘살아라, 안 되면 다시 오고" "제 이름에 '승'자가 '이길 승'(勝)이 아니고 '이을 승'(承)이지만 제가 선수 때 감독님들이 항상 '우리가 승기를 잡아서 이겼다'고 하셨죠."
프로농구 2020-2021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팀 안양 KGC인삼공사의 김승기(49) 감독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김승기 감독은 2020-2021시즌 정규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을 '10전 전승'으로 끝내는 괴력을 발휘하며 2016-2017시즌에 이어 통산 두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26일 만난 김승기 감독은 "우승한 지 보름 정도 됐는데 축하 자리가 계속 이어지니까 정말 한참 오래된 일처럼 느껴진다"고 근황을 전했다.
김승기 감독은 이번 시즌 10전 전승을 더 해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 통산 24승 10패를 기록, 프로농구 통산 감독 최고 승률 1위(70.6%)를 달리고 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 통산 승률이 70%를 넘는 사령탑은 김승기 감독이 유일하다.
올해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에서도 매 경기 말 그대로 일찌감치 '승기'를 잡아 한 번도 패하지 않은 김승기 감독은 "주위에서 쉽게 우승했다고 하시지만 시즌 시작부터 너무 힘들었다"며 "외국인 선수 선발에 실패하면서 시즌 내내 버텨준 국내 선수들에게 미안했다"고 돌아봤다.
인삼공사는 2020-2021시즌을 얼 클락, 라타비우스 윌리엄스 조합으로 시작했다가 클락을 크리스 맥컬러로 교체했고, 다시 3월에는 맥컬러를 제러드 설린저로 바꿨다.
미국프로농구(NBA) 출신 설린저의 가세는 인삼공사 우승의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이 됐고, 설린저는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경기력으로 다른 선수들을 가르친다고 해서 '설교수'라는 별명까지 생길 정도였다.
설린저가 워낙 펄펄 날아 주위에서는 '설린저 덕에 우승했다'고 시기 어린 질투를 하기도 하지만 김승기 감독은 "설린저를 뽑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부상 때문에 2년 넘게 쉰 선수였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며 "제가 모험을 거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때는 정말 설린저가 안 되면 그만두겠다는 심정으로 숙소에 짐까지 다 싸놓고 기다렸다"고 말했다.
2020-2021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상황이었던 김 감독은 "국내 선수들은 잘 만들어놓고, 외국인 선수를 잘못 뽑아서 우승을 못 하면 내 책임이라고 생각했다"며 "만일 그런 상황이 오면 이번 시즌까지 마치고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모두 다 아는 것처럼 설린저는 KBL 데뷔 시즌에 그야말로 '역대급 활약'을 펼쳤고 김 감독은 "처음 연습하는 모습을 딱 보고 '보통 선수가 아니다'라는 확신이 들었다"며 "그때 우승 확률 70∼80%는 되겠다는 느낌이 들어 연습 끝나고 바로 축하주 한잔을 하러 갔다"고 웃어 보였다.
하지만 김 감독은 속칭 '설린저 빨'이라는 일부의 평가 절하에는 단호히 반박했다.
그는 "물론 설린저가 빈자리를 채워주지 않았으면 우승은 어려웠을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 팀의 국내 선수들이 자기 기량을 200% 발휘할 정도로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우승이지, 설린저가 아무 팀에 가기만 하면 우승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평소 자신을 내세우는 스타일이 아닌 김승기 감독은 2016-2017시즌이나 이번 시즌 우승했을 때 여느 시즌의 우승팀 감독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았다.
2017-2018시즌 서울 SK 문경은 감독, 2018-2019시즌 울산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 등은 우승 사령탑으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지만 김 감독은 2016-2017시즌에는 오세근, 이정현, 이번 시즌에는 설린저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양보했다.
'서운하지 않았냐'는 물음에 그는 "그런다고 제가 우승 감독이 아닌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답하며 "솔직히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신경 안 쓰려고 한다"고 대범하게 말했다.
'설린저 덕을 제일 많이 본 선수는 누구냐'는 질문에도 김 감독은 "전성현, 오세근이 아무래도 더 편해졌을 것"이라고 답하다가도 이내 "솔직히 내가 제일 덕 봤지, 뭐"라고 웃으며 농담하기도 했다.
챔피언결정전 상대였던 전주 KCC는 김 감독과 특별한 인연을 이어온 전창진(58)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어 팬들의 관심이 더욱 컸다.
김 감독은 국내 프로농구에서 선수와 코치, 감독으로 모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경험한 유일한 인물인데 선수와 코치로 우승했을 때 모두 전창진 감독이 그 팀의 사령탑이었다.
전창진 감독은 원주 동부 시절이던 2007-2008시즌 이후 무려 13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도전했으나 용산고 후배인 김승기 감독에게 4전 전패를 당해 우승 꿈을 다음으로 미뤘다.
김승기 감독은 "사실 죄송해서 전화를 따로 못 드렸다"며 "그런데 먼저 전화를 주셔서 '죄송해서 전화 못 드렸어요'라고 말씀드렸더니 '내가 너 그럴 줄 알고 먼저 전화했다'고 하시더라"고 감사와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우승 주역 중 한 명인 가드 이재도(30)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창원 LG로 이적했다.
김 감독은 "(이)재도는 팀 적응에 좀 시간이 걸리는 스타일"이라며 "새 팀에서도 적응을 잘해서 뭔가 보여주면 좋겠다"고 덕담했다.
그러면서 "LG에서 잘 되면 잘 먹고 잘살고, 안 되면 다시 오라고 말해줬다"고 무심한 듯 챙겨주고 싶어하는 마음도 내비쳤다.
다음 시즌에는 NBA 복귀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KBL에서 건재함을 입증한 설린저에 대해 김 감독은 "농담으로 '봄에 소속팀이 플레이오프 탈락하면 나를 불러달라, 플레이오프에 와서 뛰겠다'고 그러더라"며 "미국 가면 한 번 만나려고 한다"고 나눴던 대화를 소개했다.
이번 시즌 수비와 리바운드 등 궂은일을 제대로 해낸 문성곤에게도 살짝 미안해했다.
김 감독은 "사실 우리 팀에 문성곤 공격 패턴만 없다"며 "리바운드만 잡으라고 하고, 공격 때는 어디 코너에 서 있으라고만 하니 본인도 서운했던 모양"이라고 지시에 잘 따라준 문성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우승 두 번에 플레이오프 최고 승률을 기록하며 지도자로서도 '승기'를 잡은 김승기 감독은 앞으로 목표를 묻자 "선수들과 행복한 농구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용산고와 중앙대를 나와 실업 삼성전자에 입단했던 그는 "사실 저도 27살 이후로는 무릎 부상 때문에 제대로 뛰지 못하고, 불행했던 때가 많았다"며 "문경은, 조성원, 이상민 다 같이 잘 나가다가 나만 아래로 확 가라앉은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김 감독은 "선수 때 연봉 3천만원도 못 받고 뛴 적도 있었다"며 "이제 지도자로서 불행하고 배고픈 선수들을 성공으로 이끌고, 능력 있는데 안 되는 선수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프로니까 선수들이 돈 많이 벌게 해줘야 하고, 또 한국 농구 발전을 위해 최대한 재미있는 농구를 하면서 다 함께 행복해지는 것, 그게 저의 목표"라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