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확진자 발생 후 매출 '뚝'…매장 곳곳 영업중단
초기 발생 이후 추가 확진자 없어…"시장이 아닌 지역 감여"
"코로나 피해자인데"…고객 끊겨 한산한 노량진수산시장
"물건이 나가질 않으니까 아예 들여놓지도 못했어요. 빈 매대를 보고 있으면 답답한 마음에 눈물이 납니다."

외출하기 좋은 화창한 날씨인 11일 평소라면 고객들로 붐벼야 할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은 점심시간임에도 썰렁했다.

불이 환히 켜진 수조에 몸을 기댄 채 서 있는 상인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시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뉴스가 나오는 TV에 고정돼있었다.

고객들의 발길이 끊기고, 상인들의 대화 소리마저 사라진 시장은 적막한 느낌마저 들었다.

가게에 놓인 도마와 칼은 사용한 지 한참 지난 듯 물기 없이 바싹 말라 있었다.

아예 영업을 중단한 가게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10년 넘게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장사를 해왔다는 서지수(53)씨 가게의 매대도 텅 비어있었다.

제수용 조기를 판매한다는 광고판과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준수하고 있다'는 안내문이 생선의 자리를 대신해 놓여있었다.

서씨는 "신선함이 중요한 생물을 팔다 보니, 재고가 생기면 전부 버려야 한다"며 "물건을 들여와도 며칠째 한 마리도 팔지 못해 손해만 쌓여 아예 물건 주문을 안 했다"고 했다.

서씨는 지난달 말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손님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시장이 감염 확산의 중심지이고, 확진자 발생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 퍼진 뒤로 장사는 더욱 어려워졌다.

시장은 최초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달 30일 이후 전체 시장 종사자 2천688명을 상대로 코로나19 전수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7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아 총 확진자는 8명으로 늘었다.

이에 확진자가 발생한 매장을 즉각 폐쇄하고, 방역도 강화했다.

지난 5일 마지막 확진자가 나온 이후 현재까지 추가 확진자는 없는 상황이다.

시장을 관리하는 수협 측 관계자는 "감염 확산 경로 등에 비춰보면 확진자들은 '시장 내 감염'이 아닌 '지역 감염'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시장 내에서 바이러스가 퍼진 경우는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코로나 피해자인데"…고객 끊겨 한산한 노량진수산시장
서씨는 코로나19의 시장이 감염 확산의 시발점인 것처럼 잘못 알려지고 난 후 단골들로부터 항의 전화를 여러 차례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상인들은 감염을 막으려고 옆 가게 사람이랑 얘기도 잘 안 하고 밥도 혼자 먹는다"며 "우리가 가장 큰 피해자인데, '노량진 수산시장발 감염'이라며 주범 취급을 하는 뉴스를 보면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시장 내의 식당들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누적된 적자 해소를 위해 '대목'인 어버이날과 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최혜경(59)씨는 평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매출을 보고 좌절했다.

최씨는 "어버이날은 보통 자리가 가득 차기 마련인데 올해에는 평소 주말보다도 사람이 적었다"며 "대목 장사 잘하면 그동안 밀린 월세를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이 있었는데 적자만 늘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올해 들어 조금씩 손님들이 늘어 매출도 회복세에 접어들었는데, 최근 확진자 발생 이후 다시 코로나 초기 상황으로 돌아갔다"며 "시장 내 감염이 발생했다는 잘못된 사실이 전해지면서 그동안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됐다"고 토로했다.

수협 측은 매일 오전 오후 2번씩 시장 내·외부에 대한 대대적인 방역 소독을 진행 중이다.

판매장 내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음식을 먹는 행위를 금지하고 등 자체 방역 지침을 마련하고 수시 단속을 통해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수협 관계자는 "상인들 모두가 책임감을 느끼고 방역에 동참하고 있어 시장 내 코로나19 감염 위험은 매우 낮은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철저한 방역 체계를 통해 안심하고 방문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피해자인데"…고객 끊겨 한산한 노량진수산시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