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난을 타개하려는 미국이 대만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짓기로 한 공장을 더 늘리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나 러만도 미 상무장관은 경제단체 아메리카협의회와의 화상 간담회에서 “TSMC를 비롯한 대만의 반도체 기업이 미국 자동차 업체에 물량을 우선적으로 줄 수 있는지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루도 압박하지 않은 날이 없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던 경기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심각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을 겪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회사 포드가 2분기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히는 등 완성차 업체들의 타격이 지속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TSMC 등 대만 업체를 대상으로 미국 정부가 강한 압박에 나선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 경쟁 속에서 자체 반도체 공급망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러만도 장관은 “현재 미국의 최첨단 반도체 생산율은 0%인데, 앞으로 수요를 맞추려면 이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로이터통신은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통해 “TSMC가 애리조나주에 신설하려던 공장을 애초 한 곳에서 여러 개로 늘리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TSMC가 내부적으로 공장을 최대 6개까지 짓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