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관료들 일 안할 이유 100개라도 만들어…黨이 정책 주도해야"
“국난 극복의 시기에 정부와 관료에 의존하는 것은 책임 있는 여당의 자세가 아닙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사진)는 2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도권을 쥔 여당’을 거듭 강조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문재인 정부가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서는 당이 정책을 기획하는 베이스캠프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 후보는 당이 4·7 재·보궐선거를 통해 지난 1년 동안 민생을 안정시키지 못한 책임을 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에게 민주당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만 하고, 국민에게 필요한 일은 미루는 정당으로 보인 것”이라며 “이번 전당대회가 계파를 겨루는 ‘친문-비문 대회’가 아니라 경제 부흥의 계기가 되는 민생대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는 다음달 2일 열린다.

우 후보는 당대표가 되면 적극적인 입법을 통해 소상공인 손실 보상과 임대료 인하 지원, 선대출·후정산(고용유지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일단 대출한 뒤 원리금 상환 면제) 등 민생 회복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의 시기에는 시민들이 국가로부터 보호받는다는 느낌을 받아야 한다”며 “한국이 선진국 중 최상위권의 재정 건전성을 유지해 온 것도 이런 상황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고려하면 손실 보상 소급 적용 등에 대규모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는 기획재정부의 입장도 비판했다. 우 후보는 “관료들은 마음만 먹으면 일을 안 할 100가지 이유라도 만들어낼 수 있다”며 “재정당국은 재정이 화수분이 아니라는데, 국민의 인내심이야말로 화수분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우 후보는 민주당 지지율 하락의 또 다른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시장을 안정시키고,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는 바람직하지만 정책이 민심을 제대로 담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민간에 임대주택 공급을 맡긴 임대사업자 제도는 다주택자들의 조세피난처라는 오명을 쓰는 데 그쳤고, 이후 여러 차례에 걸친 거래 규제 정책도 집값을 잡지 못했다는 게 우 후보의 문제의식이다.

그는 당내에 부동산 종합대책기구를 신설하고 공공 주도 주택 공급 확대정책을 통해 시장을 안정시킬 것을 약속했다. 그는 “처음부터 2·4 부동산 대책처럼 공공성과 공급 확대 중심의 정책을 시행했어야 했다”며 “당 주도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나 공공분양주택처럼 질 좋은 평생 주택 공급 비율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우 후보는 서울 노원을을 지역구로 둔 4선 의원이다. 20대 국회에서 민주당 2기 원내대표를 맡아 문재인 정부 출범과 정권 초기 정책 마련을 지원했다. 민주당 내 진보 성향 친문 의원들이 주축이 돼 창설한 ‘을지로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을 맡아 친문계 핵심 의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