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헌의 마중물] 지금 무엇이 중헌디!
 얼마 전 모 외국계 기업 CEO를 만났다. 필자가 경영자 코칭을 한 지 2년 만이다. 회사가 성장해 곧 지사에서 법인으로 바꾸게 되었다고 한다. 코칭 당시 대화 초점 중 하나인 <리더상>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그때 “이 조직을 떠날 때 임직원으로부터 어떤 리더로 기억되고 싶은가?” 에 대해 “원칙과 배려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리더”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지금도 그는 이 <리더상>을 책상 위에 적어놓고 매일 보고 마음속으로 새기고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일관성 있게 생각하고 행동하면 떠날 때 그렇게 기억되리라 생각에서다. 요즘 이슈는 무엇인가 물었다. 그는 두 가지를 제시했다. 회사 성장을 위해 새로운 사업 영역 찾기와 M&A를 통한 미래 청사진 제시 그리고 사업 확대에 따른 적합한 인재 채용이었다.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어떻게 채용하느냐?>는 경영자에겐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신입사원 채용해 육성하면서 경력사원을 선발하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도 있지만 바로 사람이 급한 회사들은 경력사원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필자 생각이다. 채용은 <모집(Recruit)>과 <선발(Selection)> 둘로 구분해 전략을 짜야 한다.

  첫째, 모집이다.  적합한 인재를 널리 구해야 한다. 한정된 범위에서 구한다면 적합한 인재를 모집하기 어렵다. 이를 통해 구직자와 구인자의 미스 매치를 줄여야 한다. 한국 경총 조사 통계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 27.7%가 조직 적응력 등 부족으로 1년 내 퇴사하는 상황은 미스매치의 한 예이다. 미스 매치 결과는 회사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둘째, 선발이다.  면접 절차의 합목적성이다. 단 한 번 면접 과정이 아니라 몇 차례 과정을 통해 응시자 인성과 능력을 살펴봐야 한다. 아울러 그들에게도 자신의 역량 등을 드러낼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최근에 인사부서 중심의 면접을 탈피해 함께 근무할 동료나 실무팀장에게 면접권을 주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 구글에서 인터뷰 과정이 긴 것은 그 과정에서 조직문화를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서 적합한 인재를 뽑고 한편 직원들이 인터뷰를 하면서 인재를 보는 관점을 기르고 동료의식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셋째, 질문이다.  어떤 질문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통상 면접관은 두 가지 유형의 질문을 한다. 하나는 직접 질문이다. “우리 회사에 지원한 동기가 무엇인지요? 지원자의 장단점은 무엇입니까?” 등 다양하다. 또 상황 질문이다. 업무수행 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을 가정하고 그 상황에서 응시자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묻는 작업이다. 이런 질문들의 경우 응시자가 미리 모범답안(?)을 가져올 확률이 높다.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위 두 가지에 과거 행동사례 면접이라는 BEI(behaiver Event Interview)기법 활용이다. 여기에는 <STAR 질문법> 으로 네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응시자가 과거에 어떤 성과를 이루었다고 주장할 때, 어떤 <상황(Situation)>에서 일을 했는가? 어떤 <과제(Task)>를 받아 일 했는가? 그때 응시자는 어떻게 <행동(Action)> 하였는가? 마지막으로 그에 따른 <결과는(Result)> 어떠했는가? 순으로 질문한다.

   이렇게 하면 포장되고 과장된 성과가 아니라 응시자가 직접 달성한 성과를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명품 건축물을 건설했을 때 다양한 업무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구체적으로 기획, 설계, 공사 감독, 직접 공사, 인테리어, 감리 등 구분해 본인 성과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프로젝트를 본인이 다 한 것처럼 주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질문방식은 구인자나 구직자에게 모두 유용하다.

 한편 CEO라면  삼성 이병철 회장이 실천했다는 <의인불용(疑人不用)용인불의(用人不疑)> 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 중국 송사(宋史)에 나오는 말이다. “의심나는 사람은 쓰지 말고 쓴 사람은 의심하지 말라”는 뜻이다. 채용에 있어서 금언 같은 말이다. 모든 일에는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인사, 인재육성 업무를 하면서 느낀 것은 인재 관련 첫 단추는 채용이라는 것이다.

   기업은 CEO의 생각이다. “지금 무엇이 중헌디!” 라는 CEO 생각에서 기업이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이슈가 제시될 수 있다. 그러나 적합한 인재 채용은 지속성장을 위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영헌 / 경희대 겸임교수, 前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