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 등의 땅 투기 의혹을 둘러싸고 투기이익 환수 및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1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LH 임직원 등 공직자 투기 의혹의 법적평가와 제도개선방안’ 긴급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토론회에 참여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의 이강훈 변호사는 “투기에 대한 국민적 공분은 강하지만 실제 이를 처벌할 규정은 별로 없다”며 현행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을 촉구했다.

그는 “미공개 정보를 전달한 사람과 제공받은 사람을 모두 형사처벌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누설 금지 범위를 더 확대해 처벌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취지다. 현행 공공주택특별법 제9조에 따르면 누설 금지 대상 정보의 범위도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주택지구 지정 또는 지정 제안과 관련한 정보’에 국한된다.

이 변호사는 “예를 들어 ‘나는 신도시 업무를 하고 있지 않다’고 하면 처벌할 근거가 사라져 피의자들이 법망을 빠져나가는 걸 정부가 막아내기 어렵다”며 “해당 기관에 재직하면서 알게 됐고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미공개 중요정보’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투기이익 몰수·추징 제도 강화 필요성도 이날 언급됐다. 이 변호사는 “투기 범죄는 본인이나 제3자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범죄수익 환수 차원에서 보다 강화된 접근이 필요하다”며 “공공주택특별법에 몰수나 추징 관련 특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민단체 측은 형사처벌 규정을 보완하자는 의견도 내놨다. 토지 투기의 경우 자본시장법상 미공개 정보 이용 범죄보다 법정형이 낮은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경제적 이득을 얻거나 손실을 회피했을 경우 법정형을 상향하자는 것이다. 민변 소속 박현근 변호사는 “문재인 정권의 마지막 사명은 ‘투기와의 단절’”이라며 “공직자들의 부동산투기 시스템을 바꾸지 못하면 이번 사건은 또다시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