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회의, 재택근무 시스템 구축 등에 기업당 최대 400만원을 지원하는 중소기업 비대면 바우처 사업에서 부정행위가 발견돼 정부가 수사를 의뢰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보조금관리법 위반 등 부정행위 정황이 발견된 공급기업 일곱 곳과 부정행위 의심 사례 두 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4일 밝혔다. 비대면 바우처 사업은 중소기업이 비용 부담 없이 비대면 업무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400만원 한도에서 서비스 비용의 90%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400만원짜리 서비스를 구입하면 중소기업은 40만원만 부담하고 정부가 360만원을 지원하는 식이다.

중기부는 지난해 서비스 공급기업 368곳, 수요기업 8만 곳을 선정하고 예산 2880억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서비스 공급기업 간 경쟁이 과열돼 수요기업과의 유착 등 부정행위가 잇따라 포착되자 중기부는 지난해 11월 ‘민관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현장조사에 들어갔다.

중기부에 따르면 서비스 공급업체 A사의 경우 중소기업에 정부 지원을 통해 자사 프로그램을 구매하는 대가로 200만원 상당의 노트북을 제공했다. 중기부는 A사의 공급업체 선정을 취소하고 수사를 의뢰했다. B사는 상인회까지 동원해 1인당 20만원씩 리베이트를 주고 지원금을 신청하도록 했다. C사는 조직적으로 대리 신청을 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고 건당 5000원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작업용 컴퓨터의 인터넷주소(IP) 추적을 회피하는 불법도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부는 수사 결과에 따라 선정 취소와 사업비 환수 등 추가적인 행정 제재도 할 계획이다.

중소기업계에선 중기부가 비대면 분야에서 실적을 내기 위해 지원책을 성급하게 추진하다 보니 심사가 졸속으로 이뤄져 국민 혈세를 낭비하게 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8만 곳이라는 목표를 맞추기 위해 비대면 바우처가 필요없는 곳까지 억지로 끼워넣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수요기업 중에는 미용실, 개인택시, 영세 식당 등 비대면 업무와 상관없는 곳도 많았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