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정선서 잇단 산불, 강릉시 오봉저수지 수위 반토막

"눈이 쌓여 있어야 하는 시기인데 벌써 산불이 시작돼 당혹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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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동해안에 겨우내 눈과 비가 거의 내리지 않으면서 산불 예방에 비상이 걸렸다.

겨울철에 산불이 거의 나지 않거나 발생하더라도 피해가 적어 산림 공무원들이 선호하는 정선에서는 올해 두 차례나 산불이 발생해 당국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3시 50분께 정선군 여량면 구절리 노추산에서 난 산불은 축구장 약 17개 면적에 달하는 국유림 12㏊(12만㎡)를 잿더미로 만들고 18시간 만에 꺼졌다.

또 지난 5일 오후에는 정선군 북평면 장열리에서 난 산불은 3시간 만에 진화됐다.

산불이 난 정선은 올겨울 내린 눈이 거의 없는 데다 토양의 수분이 올라오는 것도 미약해 산불에 취약한 상태이다.

이에 따라 동부지방산림청은 산불 진화 활동과 함께 쓰레기 소각이나 화목 보일러의 잔재 처리 과정에서 산불이 나는 것을 막기 위한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산불 감시 인력을 산불 위험 지역 마을에 투입해 쓰레기 소각 등을 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동부산림청 관계자는 "아직 눈을 바라봐야 하는 시기인데 산불이 나고, 마치 4월을 연상케 하는 강풍까지 불어 당혹스럽다"며 "산에 쌓인 눈이 거의 없는 데다 눈이 잠깐 내리더라도 기후 온난화 영향으로 4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사라진다"고 안타까워했다.

강릉시도 이달 들어 산불이 두 차례나 발생하자 전문 진화대를 배치하고,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시는 오는 5월 15일까지 산불대책본부 산불상황실 19개소를 설치하고, 산불전문예방진화대 120명, 산불 유급감시원 140여 명을 배치하기로 했다.

또 산불감시 카메라 30대를 24시간 가동하고, 산림과 인접된 농경지와 도로변의 인화 물질을 사전에 제거하고 있다.

강릉에서는 지난 16일 옥계면 산계리에서 산불이 나 2시간 40분여 동안 국유림 1ha(1만㎡)를 태운 데 이어 지난 18일 오후에는 성산면 금산리에서 산불이 나 산림 0.4㏊(4천㎡)가 소실됐다.

긴 가뭄으로 산불뿐만 아니라 강릉시민의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수위도 하루가 다르게 떨어져 자치단체의 애를 태우고 있다.

23일 오후 찾은 오봉저수지의 상류는 실개천만 흐르는 백사장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현재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51.6%로 지난해 같은 날 92.8%와 비교하면 반토막이 났다.

시는 다음 달에도 비가 내리지 않으면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통상 겨울에는 눈이 와서 물이 많이 유입됐는데 이번 겨울은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았고 비도 내리지 않아 수위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