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에너지기업 엑슨모빌이 호주에서 운영하던 정유시설을 연료수입 터미널로 바꾼다. 석유 수요가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없어졌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10일 엑슨모빌은 호주 알토나 정유시설을 가동 중단하고 연료 수입 터미널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엑슨모빌은 “호주 일대 원유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다”며 “엑슨모빌의 석유 관련 자본투자 내역을 검토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알토나 정유시설은 일평균 약 9만배럴을 생산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직원은 300명 가량이다. 엑슨모빌은 정유시설 폐쇄 시점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엑슨모빌의 이번 발표로 호주에서 가동 중인 정유공장은 두 곳 밖에 남지 않게 됐다. 작년까지는 정유공장 네 곳이 돌아갔지만 절반만 남게 된다.

작년 10월엔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호주 서부에 있는 퀴나나 정유시설을 가동 중단하고 시설을 연료 수입 터미널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후 정제마진 수익성이 떨어져서다. BP는 정유시설 일부를 저탄소 연료 생산용 친환경에너지 허브로 바꾸는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에너지 정보기업 아거스미디어는 “호주에 남아있는 정유시설이 계속 운영될지도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호주 앰폴과 비바에너지가 각각 정유시설 한 곳씩을 운영하고 있다. 앰폴은 일평균 10만9000배럴을 생산하는 리턴 공장을 계속 유지할지를 놓고 내부 검토를 벌이고 있다.

호주 에너지당국은 이날 엑슨모빌의 결정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호주 당국은 각 에너지기업에 자국 내 정유시설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해왔다. 자국내 에너지 공급망을 지키기 위해서다.

호주는 작년 9월엔 정유시설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10년간 총 23억 호주달러(약 1조 9750억원) 규모 지원금을 제공하는 안을 BP와 엑슨모빌, 비바에너지, 앰폴 등에 제안했다. 이중 제안을 받아들인 기업은 호주 비바에너지 뿐이다.

BP가 정유시설 전환에 나서면 호주에 남은 정유시설은 세 곳이 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앰폴과 비바에너지도 각각 호주 내 정유시설 운영을 지속할지를 놓고 내부 검토를 벌이고 있다.

전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엑슨모빌 주가는 50.63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전일대비 1.17% 내렸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