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도 '세대교체' 쇄신인사…첫 '여성 사장' 배출
포스코가 ‘최정우 2기’ 체제를 맞아 혁신을 위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최 회장은 그룹의 미래로 점찍은 수소 사업과 2차전지 사업에 핵심 인력을 전진배치해 힘을 실어줬다. 포스코 철강부문장(사장)과 포스코ICT, 포스코엠텍, 포스코기술투자, 포스코터미날 등 총 6개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고 그룹에서 처음으로 여성 사장을 발탁했다. 수평적 조직문화 확산을 위해 임원 직급도 폐지하기로 했다. 보수적인 포스코 조직문화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인사란 평가가 나온다.

‘그룹 2인자’에 김학동 사장

포스코는 21일 신사업 육성과 조직문화 쇄신을 위해 이 같은 내용의 조직개편과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최 회장이 내세운 ‘혁신’과 ‘성장’을 본격화하기 위해 신성장 분야의 조직과 인력을 대폭 보강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내년을 수소 사업 원년으로 삼고 CEO 직속으로 산업가스·수소사업부와 물류사업부를 신설했다. 산업가스·수소사업부장에 구매투자본부장인 유병옥 부사장, 물류사업부장에 미국 대표법인장인 김광수 부사장 등 그룹 내 중량급 인사를 선임했다. 두 사업부 산하에는 총 5개의 임원단위 실 조직도 신설했다. 산업가스·수소사업부는 다음달부터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을 중심으로 국내외 연구기관과 연구개발(R&D) 협력을 추진해 수소 사업을 본격화한다.

이번 인사의 최대 관심사였던 포스코케미칼 CEO에는 민경준 사장이 유임됐다. 포스코케미칼은 포스코그룹의 미래로 꼽히는 양극재·음극재 등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이끌고 있다. 최근 1조원대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등 사업을 성공적으로 지휘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포스코케미칼에 대폭 힘을 실어줬다. 에너지소재본부를 에너지소재사업부로 승격하고, 산하에 전략실과 마케팅실을 신설해 포스코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임원과 우수 인력을 배치했다. 사업부장에는 정대헌 음극소재실장을 승진, 보임했다.

‘그룹의 2인자’로 꼽히는 철강부문장도 교체됐다. 2018년 포스코 회장 후보로서 최 회장과 끝까지 경쟁했던 장인화 철강부문장은 자문역으로 물러났다. 대신 김학동 생산기술본부장을 앉혔다. 1959년생인 김 신임 사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생산본부장, 광양제철소장, 포항제철소장 등 요직을 거쳤다. 생산기술본부장에는 이시우 광양제철소장을, 구매투자본부장에는 이주태 경영전략실장을 승진, 보임했다.

첫 여성 사장 탄생

포스코그룹 사상 첫 여성 사장도 탄생했다. 이유경 설비자재구매실장이 엔투비 사장에 선임됐다. 1967년생인 이 신임 사장은 고려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포스코엠텍 마케팅실장, 원료1실 원료수송그룹장 등을 지냈다. 오지은 생산기술전략실 상무보는 기술연구원 상무급 연구위원으로 승진하는 등 여성 인재의 확대 기조도 이어졌다.

이 밖에 포스코ICT, 포스코엠텍, 포스코기술투자, 포스코터미날 등 상당수 그룹사 사장이 물러났다. 광양제철소장에는 인도네시아 제철소 크라카타우포스코(PTKP)의 경영 정상화를 이끈 김지용 법인장이 보임됐다. 정창화 경영지원본부장, 전중선 글로벌인프라부문장, 정탁 마케팅본부장 등 대부분의 본부장은 유임됐다.

포스코는 철강 사업의 저성장 고착 국면을 극복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생산·마케팅·구매 등 라인조직에 ‘창의혁신 태스크포스(TF)’를 조직했다. 또 2050년 넷제로(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저탄소 제철기술 개발 조직인 ‘저탄소공정연구그룹’을 신설했다. 포스코는 이 밖에 수평적 기업문화 확산을 위해 임원 계층의 직급을 폐지하고 직책 중심의 인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임원 호칭은 부사장, 전무, 상무가 아니라 본부장, 실장 등 직책으로 변경된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