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자산 1兆 클럽 가입…투자기업 해외 진출 적극 돕겠다"
“기존 펀드들이 좋은 성과를 내면서 올 한 해 동안 30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전체 운용액이 1조원을 넘어선 만큼 팔로 온(follow-on) 투자는 물론 프리IPO(Pre-IPO) 단계 투자도 강화할 계획입니다.”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이하 LB인베·사진) 대표는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산업구조가 바뀌고 있다”며 “변화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온라인·콘텐츠 서비스, 바이오 헬스케어, 하이테크(첨단 기술) 분야 기업에 투자를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달 설립되는 약 3000억원 규모 ‘LB넥스트유니콘펀드’가 LB인베의 미래 투자를 맡았다.

LB인베는 올해 시장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상장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게임즈의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들 기업의 상장으로 LB인베가 거둔 수익은 투자 원금의 10배가 넘는다. 크래프톤, 마켓컬리 등 차기 대어로 꼽히는 기업들에도 투자하고 있다. 무신사, 직방, 와이랩, 모비릭스 등도 포트폴리오에 있다.

박 대표는 “앞으로 몇 년 동안 각 산업 섹터 안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예상한 뒤 이에 맞춰 투자금을 장기적으로 배분하고 있다”며 “몇 년 전에 게임산업이 어렵다고 다들 투자를 중단했을 때도 투자를 멈추지 않았던 것이 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과 같은 성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에도 유망 게임업체 3곳에 대한 투자를 집행했다고 소개했다.

넥스트유니콘펀드 조성으로 LB인베의 운용자산(AUM)은 1조900여억원으로 뛰어오르게 된다. 투자처를 미리 정해놓지 않고 투자금부터 먼저 출자받는 블라인드 펀드 방식으로만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게 된 것은 기관투자가들로부터 그만큼 운용 역량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LB인베는 늘어난 투자금을 바탕으로 투자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벤처캐피털(VC)들은 각각 투자 기업이 유럽과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걸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며 “LB인베도 중국 네트워크와 자금력을 바탕으로 투자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콘텐츠 기업이라면 반드시 해외 진출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TS(방탄소년단) 신드롬을 만들어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해외에서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크래프톤의 성공도 이 같은 전략 덕분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경쟁이 치열한 한국 시장에서 검증된 국내 콘텐츠 업체라면 해외 소비자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 대표는 시간이 갈수록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한 VC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산업구조가 급속하게 재편되면서 분야마다 신흥 강자들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들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히 포착하느냐에 따라 VC의 성패도 갈릴 수밖에 없다. LB인베는 이를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할 방침이다. 그는 “회사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해당 산업 분야에서 5~8년 동안 일한 인력들을 투자 심사역으로 채용하고 있다”며 “한 심사역당 관리하는 기업을 10개 이하로 제한해 심사역들이 해당 기업의 성장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