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 아이파크 캐슬'의 전용 105㎡형 거실 내부. (자료 HDC현대산업개발)
'반정 아이파크 캐슬'의 전용 105㎡형 거실 내부. (자료 HDC현대산업개발)
수도권에서 중대형 면적의 청약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과거 청약시장에서는 중소형 아파트들이 인기를 끌었다. 적은 자금으로 내 집 마련이 가능한데다 중대형보다 가격상승률이 컸다. 분양권을 전매하거나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를 하기에도 중소형이 유리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였다. 가점으로 당첨자를 뽑는데다 갭투자나 분양권 전매, 갈아타기조차 어려워졌다. 때문에 가점이 낮거나 내 집 마련을 서두르는 예비 청약자들은 추첨물량이 있는 전용면적 85㎡ 초과 주택형으로 몰리고 있다.

17일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수도권 전용면적 85㎡ 초과 타입의 청약 평균경쟁률은 올해 10월까지 144.9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21.5대 1)와 2018년(6.8대 1)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작년부터는 중대형이 중소형 타입 경쟁률을 추월했다. 전용면적 85㎡ 이하 타입 경쟁률은 2018년 13.2대 1, 2019년 16.9대 1, 2020년 28.1대 1을 나타냈다. 청약경쟁률이 높아진다지만, 중소형의 상승폭은 중대형에 비해 더딘 편이다.

전용면적 85㎡ 초과 타입의 경우, 민영주택 기준 투기과열지구는 공급량의 50%, 조정대상지역은 75%가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선정한다.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이 조정대상지역 이상이다보니 중대형으로 수요가 몰렸다.

지난 8월 서울 은평구에서 분양한 ‘DMC SK뷰 아이파크 포레’ 전용면적 120㎡A타입의 경우 1순위 평균 1976.75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투기과열지구인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서 분양한 '영통 롯데캐슬 엘클래스' 또한 1순위 평균 25.21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 해당지역 마감을 기록했다. 이 중 최고 경쟁률은 113.62대 1로 2블록 전용면적 107㎡A에서 나왔다.

더군다나 수년간 아파트들이 중소형 위주로 공급되면서 중대형 아파트는 비율이 줄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보다 넓은 주거공간을 선호하는 수요자가 늘어난 것도 중대형을 선호하는 이유다. 가구 구성원이 줄면서 중소형 평형의 인기가 높았던 기존 주택시장과 달리 최근에는 가구 구성원 수와 상관없이 보다 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중대형을 찾고 있다.

중대형 아파트가 희소성을 가지면서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 상승폭도 높게 나타났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올해 10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용 85㎡초과~102㎡이하 아파트가 114.5로 가장 높았다. 변동률 역시 전월대비 0.66%포인트 증가해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이어 전용 △135㎡초과 110.2(0.66%포인트) △102㎡초과~135㎡이하 109.6(0.55%포인트) △60㎡초과~85㎡이하 105.7(0.45%포인트) △40㎡초과~60㎡이하 99.6(0.25%포인트) △40㎡이하 96.2(0.09%포인트) 순으로 면적이 넓을수록 매매가격지수나 상승폭이 높았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부동산 규제로 인해 똘똘한 한채에 대한 선호도가 커진 점도 중대형 청약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요인"이라며 "코로나19로 내 집이 재택근무, 자녀 교육 공간 등으로 쓰이는 등 내부 활용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넉넉한 면적을 갖춘 타입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