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국민 안전 지키지 못하는 원안위
이제는 필수품이 돼버린 마스크에서 폐암을 일으키는 방사성 라돈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최근 있었다. 평소 3000여 개 제품을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던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나흘 만에 두 손을 들었다. 방사선이 검출된 음이온 마스크의 판매를 금지했지만 원안위가 정신을 제대로 차린 것은 아니다. 마스크와 함께 찾아낸 38종의 의류·잡화는 여전히 방치하고 있다. 검사에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원안위의 옹색한 핑계다.

라돈 침대 사태 이후 개정된 생활방사선법 제15조에서는 음이온 제품이나 원료 물질의 생산과 수출입은 물론 표시·광고까지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인터넷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음이온 제품 광고는 모두 원안위가 당장 금지해야 하는 불법 광고라는 뜻이다. 실제로 제품에서 음이온이 검출되는지를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원안위가 음이온 제품에 사용되는 ‘모나자이트’의 수입·활용·폐기에 대한 관리를 포기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우라늄·토륨과 같은 방사성 원소가 포함된 모나자이트는 한국에서 산업적 수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런 모나자이트를 수입하는 업체가 많은 것도 아니고, 수입량이 많은 것도 아니다. 원안위가 모나자이트의 수입·유통 관리를 외면하는 진짜 이유가 따로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음이온 제품’은 사실 모나자이트에서 방출되는 방사선(베타선)을 음이온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그런데 특허청이 내준 음이온 특허가 5855건이고, 음이온 제품이 18만 종이나 된다고 한다. 2005년 의료용 온열 매트에서 라돈이 검출되면서 음이온의 문제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생활방사선법이 제정됐지만 원안위의 전문성과 행정력은 결코 믿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2018년의 라돈 침대 사태는 원안위가 생활방사선법을 제대로 따르지 않아서 발생한 것이었다. 그런 원안위가 라돈 침대 사태를 깔끔하게 마무리한 것도 아니다. 전국에서 수거한 7만여 장의 매트리스에서 회수한 모나자이트 폐기물이 여전히 충남 천안의 한 제조사 창고에 방치돼 있다. 원안위가 뒤늦게 추진하고 있는 1차 소각 후 매립은 원자력안전법을 무시한 엉터리 대책이다. 국민 안전을 위한 법률조차 지키지 못하는 원안위는 해체 수준의 대수술이 필요하다.

음전하를 지닌 원자나 분자를 뜻하는 ‘음이온’의 항균·향취 기능은 어떤 과학적 근거도 없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사실 음이온 제품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1980년대 말 공기청정기를 처음 개발한 한 중소기업이 음이온이라는 낯선 과학 용어로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노벨상 수상자의 업적을 왜곡해서 만들어낸 ‘폭포 효과’를 들먹이기도 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앞다퉈 음이온에 매달렸던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1990년대의 에어컨과 공기청정기에 붙어 있던 음이온 기능은 사실 방전을 이용한 ‘오존 발생기’를 활용한 것이었다. 음이온 제품의 비릿한 냄새가 호흡기와 눈을 자극하는 오존 냄새였다. 1990년대 말부터 호흡기가 약한 노약자에게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났다. 2000년대 초반 음이온 기능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정말 다행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은 지금도 자동차용 오존 발생장치의 생산과 유통을 승인해주고 있다. 직류를 사용해서 만든 오존은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이 기술표준원의 어처구니없는 궤변이다. 차 안에서 비릿한 냄새가 나면 즉시 공기정화기를 끄고 환기해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이제는 소비자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음이온이 건강에 좋다는 엉터리 거짓말에 대한 관심은 버려야 한다. 원안위·특허청·기술표준원의 전문성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다. 이제 무책임한 기업이 쏟아내는 달콤한 엉터리 유혹을 가려내는 것은 소비자의 책임이라는 확실한 인식이 필요하다. 자신의 건강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지키겠다는 각오와 노력도 요구된다. 과학이 어렵다고 불평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