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통신기지국 설비 시장 1위인 중국 화웨이의 미국산 부품 의존도가 3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받는 화웨이가 스마트폰 시장에 앞서 통신기지국 설비 시장에서 먼저 경쟁력을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1일 정보기술(IT) 전문 조사회사인 포멀하우트에 의뢰해 화웨이의 최신 차세대 통신규격(5G) 기지국용 핵심 설비를 분해·분석한 결과 추정 원가 1320달러(약 152만원) 가운데 미국산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7.2%에 달했다. 삼성전자 등 한국산 부품 비중이 두 번째로 높았다. 순수 중국산 부품 비중은 1%도 안 됐다.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에 대응해 스마트폰의 미국산 부품 의존도를 1% 수준까지 떨어뜨리는 데 성공했지만 통신기지국 설비 부문에서는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말 화웨이의 세계 통신기지국 시장 점유율은 34.4%로 2위인 에릭슨(24.1%)과 3위 노키아(19.2%)를 크게 앞섰다. 삼성전자는 8.9%로 5위였다. 화웨이는 5G 필수 특허도 전체의 11%를 보유해 미국 퀄컴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이런 기술력과 4G 시대에 확보한 고객 네트워크를 통해 화웨이는 5G 기지국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세계 1위를 유지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로 핵심 부품 수입이 사실상 금지되면서 화웨이의 통신기지국 사업 점유율이 스마트폰보다 더 빠르게 떨어질 것이라고 이 신문은 내다봤다. 화웨이라는 거래처를 잃는 대신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삼성전자의 셈법 또한 복잡해질 전망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