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지배"로 전락하나…한계에 봉착한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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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1934년 2월 6일. 청년애국단 등에 속한 수만 명의 프랑스 젊은 남성들이 국회의사당에 난입했다.
이들은 우파 정부를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총을 쏘는 등 폭력을 자행했다.
수많은 이들이 사망하고 다쳤다.
그러나 프랑스 민주주의가 이 폭동으로 무너진 건 아니었다.
민주주의의 둑이 무너진 건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들'이 보인 잇따른 행동 때문이었다.
주요 정당인 공화연맹당은 폭도들을 "순교자"로 치켜세웠고, 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방해했다.
특히 보수주의자인 피에르 라발 의원은 폭동을 책동했으면서도 추궁받지 않았고, 오히려 승승장구했다.
그는 나중에 부통령까지 오른 후 1940년 나치와의 연합으로 들어선 비시 정권의 내각 수반이 되었다.
최근 번역돼 출간된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원제: Tyranny of the Minority)에서 공저자이자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들인 스티브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프랑스 사례를 끌어오며 2021년 발생한 극단주의자들의 워싱턴DC 의사당 난입 사태를 재조명한다.
저자들은 프랑스와 미국의 사례를 들며 '부유한 민주주의'와 '오래된 민주주의'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는 학계의 정설이 깨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움직임 뒤에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와 변화를 막는 '낡은 민주주의 체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허점으로 가득한 낡은 민주주의 체제가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들'의 손에 들어갈 때 민주주의는 치명적인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책에 따르면 민주주의가 제 기능하기 위해서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결과를 존중하고,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해 폭력을 사용하지 않으며, 반민주주의 세력과 절연해야 한다는 세 가지 규칙이 필요하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암살자"인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는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며 반민주 세력인 극단주의자들을 두둔하고, 심지어 정치적으로 이들을 이용한다.
그들은 극단주의 세력을 묵인하거나 은밀하게 지원하면서 민주주의 기본원칙들을 파괴한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또한 이들은 법의 맹점을 교묘하게 이용할 줄도 안다고 덧붙인다.
헌법과 법률이 아무리 잘 설계돼 있다고 해도 애매모호한 부분과 잠재적인 허점이 있기 마련인데, 이들이 이런 애매모호함을 이용해 법을 제정한 목적 자체를 왜곡하고 뒤집는다는 것이다.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체제도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한 또 하나의 원인이다.
노예제 시절 남북 합의로 제정된 미국 선거인단 제도가 그 비근한 예다.
선거인단 제도는 민의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
가령, 투표 인구수가 더 적은 버지니아가 매사추세츠보다 선거인단이 다섯 석이나 많다.
이런 부조리함 탓에 전체 득표수에서 이기고도 충분한 선거인단을 확보하지 못해 대선에서 패배하는 경우가 나오기도 한다.
2000년 조지 W. 부시, 2016년 도널드 트럼프는 상대 후보보다 더 적은 표를 얻고도 대통령에 당선됐다.
버크, 밀, 토크빌 등 18~19세기의 걸출한 사상가들은 민주주의가 "다수의 독재"로 변질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서 민주주의 국가에선 다수의 힘을 견제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 민주주의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그 반대 상황에 가깝다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정치적 다수가 권력을 차지하지 못하고, 또한 선거에서 이기고도 통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정치적 소수는 민주주의 이전 시대에 만들어진 헌법 덕분에 다수를 계속해서 이길 수 있다.
그리고 다수를 때로 지배할 수도 있다.
소수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는 소수의 지배를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도구가 극단주의자나 민주주의에 반대하는 소수의 손에 들어갈 때 '특히' 위험하다.
"
어크로스. 박세연 옮김. 440쪽.
/연합뉴스
이들은 우파 정부를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총을 쏘는 등 폭력을 자행했다.
수많은 이들이 사망하고 다쳤다.
그러나 프랑스 민주주의가 이 폭동으로 무너진 건 아니었다.
민주주의의 둑이 무너진 건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들'이 보인 잇따른 행동 때문이었다.
주요 정당인 공화연맹당은 폭도들을 "순교자"로 치켜세웠고, 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방해했다.
특히 보수주의자인 피에르 라발 의원은 폭동을 책동했으면서도 추궁받지 않았고, 오히려 승승장구했다.
그는 나중에 부통령까지 오른 후 1940년 나치와의 연합으로 들어선 비시 정권의 내각 수반이 되었다.
최근 번역돼 출간된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원제: Tyranny of the Minority)에서 공저자이자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들인 스티브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프랑스 사례를 끌어오며 2021년 발생한 극단주의자들의 워싱턴DC 의사당 난입 사태를 재조명한다.
저자들은 프랑스와 미국의 사례를 들며 '부유한 민주주의'와 '오래된 민주주의'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는 학계의 정설이 깨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움직임 뒤에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와 변화를 막는 '낡은 민주주의 체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허점으로 가득한 낡은 민주주의 체제가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들'의 손에 들어갈 때 민주주의는 치명적인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책에 따르면 민주주의가 제 기능하기 위해서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결과를 존중하고,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해 폭력을 사용하지 않으며, 반민주주의 세력과 절연해야 한다는 세 가지 규칙이 필요하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암살자"인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는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며 반민주 세력인 극단주의자들을 두둔하고, 심지어 정치적으로 이들을 이용한다.
그들은 극단주의 세력을 묵인하거나 은밀하게 지원하면서 민주주의 기본원칙들을 파괴한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또한 이들은 법의 맹점을 교묘하게 이용할 줄도 안다고 덧붙인다.
헌법과 법률이 아무리 잘 설계돼 있다고 해도 애매모호한 부분과 잠재적인 허점이 있기 마련인데, 이들이 이런 애매모호함을 이용해 법을 제정한 목적 자체를 왜곡하고 뒤집는다는 것이다.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체제도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한 또 하나의 원인이다.
노예제 시절 남북 합의로 제정된 미국 선거인단 제도가 그 비근한 예다.
선거인단 제도는 민의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
가령, 투표 인구수가 더 적은 버지니아가 매사추세츠보다 선거인단이 다섯 석이나 많다.
이런 부조리함 탓에 전체 득표수에서 이기고도 충분한 선거인단을 확보하지 못해 대선에서 패배하는 경우가 나오기도 한다.
2000년 조지 W. 부시, 2016년 도널드 트럼프는 상대 후보보다 더 적은 표를 얻고도 대통령에 당선됐다.
버크, 밀, 토크빌 등 18~19세기의 걸출한 사상가들은 민주주의가 "다수의 독재"로 변질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서 민주주의 국가에선 다수의 힘을 견제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 민주주의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그 반대 상황에 가깝다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정치적 다수가 권력을 차지하지 못하고, 또한 선거에서 이기고도 통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정치적 소수는 민주주의 이전 시대에 만들어진 헌법 덕분에 다수를 계속해서 이길 수 있다.
그리고 다수를 때로 지배할 수도 있다.
소수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는 소수의 지배를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도구가 극단주의자나 민주주의에 반대하는 소수의 손에 들어갈 때 '특히' 위험하다.
"
어크로스. 박세연 옮김. 440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