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헌재서 공개변론 진행…재판부 "이번 사건 대전제가 되는 조항"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공개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배드파더스(Bad Fathers·나쁜 아빠들)' 사이트 운영자 구본창(57)씨에 대한 2심 재판이 잠정 중단됐다.

수원고법 형사1부(노경필 부장판사)는 17일 구씨의 항소심 첫 재판에서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조항과 관련한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이번 재판을 종결하지 않고 기다려 보겠다"고 밝혔다.

배드파더스 항소심, '사실적시 명예훼손' 헌재 결정 기다린다
재판부는 "헌재가 이 조항과 관련해 지난주에 공개변론을 한 것으로 볼 때 머지않아 결론이 나올 것 같다"며 "해당 조항은 이 사건의 대전제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만약 위헌 결정이 날 경우 관련 사건을 소급해서 재심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헌재는 지난 10일 분명한 사실을 공표해도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 형법 307조,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두고 공개변론을 열어 전문가 의견을 들었다.

해당 조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헌재 결정이 한 두 달내에 나올 것으로 보고, 다음 기일을 추후에 지정키로 했다.

구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에게 적용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는 '비방의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형법과 다르나, 재판부는 두 조항이 궤를 같이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씨는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라고 제보를 받은 사람들의 얼굴 사진과 이름, 나이, 주소, 직업, 미지급 양육비 등의 정보를 배드파더스 사이트를 통해 공개하도록 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2018년 9월부터 같은 해 10월 배드파더스로 인해 정보가 공개된 부모 5명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한 뒤 검찰시민위원회 의견을 받아 지난해 5월 구씨를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법원은 그러나 구씨의 사건이 일반적인 명예훼손 사건과 성격이 다르다고 보고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1심은 지난 1월 구씨 측의 요청으로 진행된 국민참여재판에서 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배심원 7명(예비 배심원 1명 제외)도 전원 무죄 평결을 냈다.

1심을 맡은 당시 수원지법 형사11부(이창열 부장판사)는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사람이 많아지면서 다수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며 "피고인의 활동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