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의 협력업체 대금 결제에 차질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회사를 상대로 낸 ‘채권 압류 및 추심명령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회사의 운영자금 계좌가 압류됐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는 직원들의 올여름 휴가비 지급도 미뤘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광주·곡성공장에 원자재 등을 공급하는 협력업체 대금을 제때 결제하지 못하고 있다. 대금 결제 지연이 계속되면 대부분 광주·전남 지역에 있는 협력사들의 자금난이 우려된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여름휴가가 끝나는 8월 6일 이후로 납품 대금 결제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며 “납품 대금 미결제가 장기화되면 영세 협력사들의 부도가 잇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계좌 압류에 따른 금융 거래 중단으로 올여름 휴가비 지급도 보류했다. 금호타이어는 노사 임금·단체협약에 따라 매년 1인당 50만원씩의 휴가비를 지급해왔다. 회사는 8월 1일부터 5일까지 닷새간 국내 공장 문을 닫고 집단 휴가에 들어간다.

금호타이어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은 지난 30일 금호타이어 운영자금 계좌 압류를 집행했다. 광주지방법원이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노조가 “임금 채권 204억원을 보전해 달라”며 낸 채권 압류 신청을 인용한 데 따른 것이다.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 1월 정규직 지위 확인 1심 소송에서 승소한 뒤 회사 측에 정규직과의 임금 차액 지급과 정규직 채용 등을 요구해왔다.

금호타이어와 비정규직 노조는 전날 광주공장에서 만나 계좌 압류 해소 방안을 논의했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사측은 항소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임금 차액 일부를 지급하고 나머지는 은행에 예치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조는 ‘정규직화를 미루려는 꼼수’라며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항소심(2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섣불리 정규직화를 결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계좌 압류가 장기화되면 신용도 및 주가 하락, 영업망 혼란 등이 우려된다”며 “비정규직 노조가 하루빨리 법원에 채권 압류 취소 신청을 해 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