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공식 통보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편’이란 이유로 탈퇴를 공언한 뒤 실제 행동에 들어간 것이다.

미 의회전문지 더힐은 WHO 탈퇴 통보가 지난 6일부로 유효하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탈퇴서가 제출됐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탈퇴 절차를 거쳐 탈퇴가 확정되는 것은 1년 후인 2021년 7월 6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WHO가 중국에 편향된 태도를 보이고, 늑장대응을 했다며 WHO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을 지시했다. 이어 5월 18일 WHO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30일 안에 실질적 개혁을 하지 않으면 자금 지원을 영구 중단하고 회원국 지위도 재고하겠다고 압박했다. 미국의 WHO 탈퇴 통보는 이런 조치의 연장선이다.

미국의 WHO 탈퇴는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WHO뿐 아니라 이란 핵협정, 파리기후변화 협약, 항공자유화 조약 등 국제 협약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전력이 있다.

WHO에 대한 재정 기여도 1위인 미국의 탈퇴가 확정되면 WHO 운영에도 큰 타격이 우려된다. WHO의 전체 예산(2019년 기준) 56억2360만달러 가운데 미국의 기여금은 16% 수준인 8억9300만달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의도대로 미국이 WHO에서 탈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탈퇴가 최종 확정되기까지 1년이 남았는데, 그 사이 미 대선이 치러지고 그 결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번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7일 트위터를 통해 “(대선에서 승리하면) 대통령으로서 첫날, 나는 WHO에 재가입하고 세계 무대에서 우리의 지도력을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친정인 공화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라마 알렉산더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 “대통령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 동의 없이 탈퇴 절차를 밟을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의회 동의 없이 WHO에서 탈퇴하고 자금을 집행하는 것을 저지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