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식 과세방식을 기존 증권거래세에서 2023년부터 양도소득세로 전환하는 내용의 금융세제 개편안을 내놨다. 지금까지 대주주에게만 적용하던 시세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소액주주에게로 전면 확대하는 방안이다. 대신에 0.25%인 증권거래세율이 2023년부터 0.15%로 40% 인하된다.

금융투자 활성화 및 과세 합리화 차원에서 ‘금융세제 선진화’를 결단했다는 게 기획재정부의 설명이다. 주식 양도세는 다수 선진국에서 채택 중이며 가야 할 방향이라는 점에서 맞는 말이다. 주식·채권·펀드 등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득을 ‘금융투자소득’으로 묶은 뒤 손익을 합산해 과세하고, 손실 발생 시 향후 3년 동안 이익에서 차감하는 이월공제 도입도 큰 진전이다.

그러나 한 꺼풀만 벗겨보면 정부의 목표가 금융투자 활성화와 과세 합리화보다는 ‘부자 증세’와 ‘세수 증대’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치기 힘들다. 양도소득세로 전환 시 뒤따라야 할 증권거래세 폐지를 확약하지 않은 데서 정부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 주요국 중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모두 부과하는 나라는 극소수다. 미국은 1965년, 독일은 1991년, 일본도 1999년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지금은 양도소득세만 부과 중이다.

정부가 거래세 폐지 일정을 내놓지 못한 것은 양도세 부과 대상을 상위 5% 부자로만 한정했기 때문이다. 주식 양도차익을 2000만원까지 기본공제한 뒤 나머지에만 20%(3억원 초과 땐 25%)의 세율을 적용하다 보니 600만 명 주식투자자의 95%인 570만 명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결국 95%의 투자자에게 깎아줄 증권거래세 0.1%포인트만큼의 세수를 상위 5%인 30만 명의 큰손에게서 벌충하는 격이다. 이래서야 주식 양도세를 도입했다고 말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95%는 세부담이 줄어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이 역시 단견이다. 세금이 10배 이상 급증하는 큰손들이 해외 증시로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큰손을 징벌하고 몰아내면 결국 활동 공간과 이익 실현 기회가 쪼그라든 개미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양도소득세 기본공제를 둔 나라가 몇 안 되며, 그나마 공제 한도를 부동산 포함 100만~200만원으로 제한하는 이유다.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에 31조원이 몰린 데서도 보듯이, 넘치는 유동성을 자본시장으로 유인하기보다 해외로 쫓아내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장기 보유자에 대한 혜택이 빠진 점도 아쉽다. 미국은 자본시장 위축을 막기 위해 장기 자본이득을 분리과세하고 우대세율을 적용한다. 이런 효율적 세제를 통해 미국은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을 배출했다. 눈앞의 작은 세수에 급급해 자본시장을 망가뜨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