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고속도로 광란의 질주 영상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급발진 사고는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가 쉽지 않고, 제조사는 사고 발생 원인을 운전자에게 돌리고 있어 원인규명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경부고속도로 기흥 IC 부근에서 일가족 4명을 태운 기아자동차 레이의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됐다. 한문철TV를 통해 알려진 해당 영상을 보면 레이 운전자 A 씨가 주행을 이어가던 중 차량이 갑자기 급가속을 시작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급작스러운 상황에 A 씨는 “브레이크가 제어가 안된다”고 다급히 외치며, 사이드 브레이크를 끝까지 채워보는 등 여러 조치를 취하지만 차는 멈추지 않고 위험한 질주는 계속된다.

이후 A 씨는 지인의 조언에 따라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기어를 수동모드로 변환했고, 이어 차량 시동을 끄면서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난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A 씨는 “차량이 갑자기 급가속을 시작하며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았고, 당시 가속 페달은 밟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제조사 측의 입장은 달랐다.

A 씨는 “사고 이후 차량 결함에 대해 제조사 측에 항의했지만, 제조사 측은 ‘운전자가 계속해서 가속 페달을 밟아서 발생한 사고이다’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제조사 측은 차량 점검 결과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고 전하면서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라는 요구를 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제조사 측이 운전자의 운전 미숙을 주장하며 차량 결함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A 씨 주장은 네티즌들의 의구심을 샀다.

보통 단시간에 사건이 마무리되는 일반적인 급발진 사고와는 달리 이번 사건 같은 경우에는 급발진 증상이 발생한 이후, 운전자가 수 분가량 침착하게 주행을 이어가며 차량을 제어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단순 운전 미숙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사고를 당한 운전자 A 씨가 운전경력만 20년이 넘는 시내버스 운전기사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네티즌들은 제조사 측의 주장인 운전 미숙은 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네티즌들은 “풋 브레이크까지 밟은 것을 보면 정말 급발진 사고 같다”, “운전자가 정말 침착하게 대응한 것 같다”, “사고 당시 주변 차량들의 블랙박스 영상이 필요하다”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지난 2017년 2월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국회 안전행정위에 제출한 ‘국과수에 의뢰된 자동차 급발진 사고 관련 자료’에 따르면 국과수가 10년간 의뢰받은 154건의 급발진 의심 사고 중 급발진으로 판명된 사고는 1건도 없었다.
기아차 레이 광란의 질주…운전미숙인가 급발진인가 [아차車]
이미나/조상현 한경닷컴 기자 doytt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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